2011-03-12 동일본 대지진
오늘 하루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저의 무사확인을 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가 부리나케 글 올립니다. 전 어디 상처 하나 난데없이 괜찮습니다. 단지 그 짧은 시간동안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제가 햄스터였다면 스트레스로 8시간 전에 죽어버렸을거에요.
가장 처음 (여기는 치바)제일 강렬한 지진이 왔는데 처음엔 항상 오시는 그분인 줄알고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죠. 그런데 이게 멈추질 않는 거에요. 급기야 주방에서 도마며 그릇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제 숨이 너무 가빠져서 일단, 철로 된 현관문을 열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그게 찌그러지면 집안에 갇힌다는 이야길 어디서 줏어 들어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밖을 나왔는데 그제서야 잠잠해 졌어요. 그리고 다시 들어 온 집안은
정리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또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세면대를 붙들고 있다가 멀미를 했어요. 이 지진이 너무 공포스러운건 정말 길다는 겁니다. 깜짝 놀라고 잠잠해지면 휴.. 하는게 지금까지의 패턴이라면, 깜짝 놀란데다가 곧 잠잠해 질거야 라는 희망을 짓밟히고 길고 긴 지진에 절망에 빠지면서 패닉상태로 변하는 거에요.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두근...그리고, 집안의 물건들이 특히 그릇,창문들이 달그락 달그락 챙쨍챙쨍 맞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긴급하고 정말 노이로제 수준.. 그래서 밖을 나왔어요.
그랬더니 의외로 너무 평화롭더라구요. 공원에 유치원생 애들이랑 같이 쪼그리고 앉았다가 빵집에 잠깐 앉아있다가 일하는 가게에 갔죠. 모두 모여서 텔레비전 보고 있더라구요. 우리집에 찾으러 갔는데 어딜 갔었냐고 혼났어요.
그런데 제 걱정 해 주시는걸 고마워하는 것도 잊고 전 케이타랑 2시간째 연락이 안돼서 미치고 있었어요. 이미 전화는 먹통이 돼서, 스카이프랑 트위터로 열심히 말을 거는데 반응이 없고. 케이타가 일하는 츠키지마를 트위터에 검색해 보니 그 동네 여기저기서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는 글들이 업뎃되고 있고, 도쿄는 어느 건물 천정이 무너졌다, 벽이 무너졌다 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요.
결국, 첫 지진 발생후 3시간 만에 케이타가 트위터로 "이쪽은 무사합니다. 메일 보냈는데 연결이 안됐어." 라는 멘트를 받았습니다. 하- 정말이지. 참.. 긴 숨이 나오던 순간. 핸드폰 문자서비스는 꽉 막혔는데 아이폰3G 인터넷이랑 와이파이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스카이프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접속해서 스카이프와 viber로 서로의 안전을 확인 할 수있었어요. 드디어 스카이프에 접속해 준 케이타와 서로의 상황을 보고하고 케이타 어머니 아버지가 걱정스러워서 제가 대신 일반전화로 전화를 해 드렸습니다. (어머니 아버님은 무사했으나 고양이1,거북이2,참새1은 무사한지..)
도쿄와 치바쪽 최대 피해라고 한다면, 교통기관이 두절되고 핸드폰이 막히고 어느정도의 살림살이 피해입니다. 케이타는 결국 걸어서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전기나, 가스를 조심히 써야 하기 때문에 음식점들이 많이 문을 닫고 슈퍼와 대형마트는 폐점 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에 아무것도 없어요. 포테토칩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도 많을거에요.
그런데 동북지방은 영화처럼 츠나미가 마을을 다 삼켜 버렸습니다. 그걸 생방송으로 보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히로코 언니랑 할아버지가 이건 악몽이라고.. 이상하다고.. 현실이 아닐거라고.. 계속 말했습니다. 관동지방의 교통기관의 마비 따위는 피해라고 할 수도 없는 천재지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