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1 신주쿠 만담극장寄席
寄席(요세)-사람을 모아 돈을 받고 재담·만담·야담 등을 들려주는 대중적 연예장



메구상이랑 배를 채우고 일본의 만담극장에 라쿠고를 보러 갔다. 첫 경험이다.
신주쿠 3쵸메 서민적인 식당이 복작복작 들어 선 '스에히로' 길에 이런 귀신의 집 같은 건물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스에히로테이>라고 하는 요세다. 입장료 2800엔. 11시 반에 입장하면 밤 9시까지 얼마든지 있어도 된다. (하루종일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굉장히 많다.) 알콜빼고 도시락,빵,과자, 음료수 뭐든지 먹으면서 관람이 가능하고 의자석과 다다미석이 있어서 드러누워도 된다. 낮과 밤 이렇게 2부로 나누어지는데 낮에만 출연진 19명.
라쿠고란게 옛 말씨로 지루한 이야기를 네버엔딩 할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그냥 일반적인 일본어고 한 명당 15분 가량의 이야기에 소재도 현대적인 것들이 많아서 좀 놀랐다. 게다가 여긴 반드시 웃긴 이야기를 하는 자리이다.
기억나는 개그 중에 하나는 누구였지..? 白酒라는 라쿠고가 아저씨였다.
하루는 전철을 탔댄다. 여고생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때는 크리스마스를 막 앞둔 계절이었는데 어떤 학생이.
"그거 알어? 예수는 크리스마스 날 태어났대."
그러자 옆 친구가
"헐- 대박이다."
했고
또 옆에 있는 친구가.
"진짜 뭔가 타고났네. 짱이다. 예수님."
이라고 했단다.
완전 빵터졌다.
스타 연예인처럼 라쿠고 업계의 스타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그 할아버지 나오는 시간에 맞춘건지 갑자기 허겁지겁 들어오는 샐러리맨이며 학생들이 자리를 마구 채우고 있었다. 참고로 그 날 극장의 젊은 여자는 우리를 포함 딱 4명이었다.
스타 할아버지가 이런 말로 운을 띄웠다.
별로 효도하고 싶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효도를 잔뜩했단다. 자기 부모도 두 명다 엄청시레 오래살았고 첫 번째 부인의 부모도 엄청시레 오래 모셨단다. 첫 부인과 사별하고 두 번째 결혼한 부인의 부모도 엄청시레 오래 살았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보면 노인네 여섯명이 차를 후룩후룩 마시고 있다고. 여기나 (할아버지 드글대는 요세극장 ㅋ)집이나 다를바가 없었다고. 일 끝나고 집에가도 아직 일이 안 끝난 기분이 든다고. ㅋㅋㅋㅋ 그 뒤로도 할아버지들이 까무라치고 좋아할 만한 웃긴 얘기들을 한 참을 늘어놨다. 관객을 파악한 개그. 너무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