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7 일본 고3학생들에게 한국 소개하기 프로그램2
교실 문틈에 내가 빼꼼히 나타나자 외국어를 촘 공부하는 학생들이 바로. "언니 예뻐요!" 하고 한국어로 마구 외쳐주지 뭡니까. 어디서 배웠을꼬!!!!!
여학생이 30명 남학생이 10명정도의 반이었는데 남자학생들이 대부분 하나씩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라서 쪽수에 밀리지않고 굉장히 화기애애하게 잘 어울려 지내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단, 간단한 나의 소개를 끝내고 (거리감 급 확산 되니 절대 나이는 밝히지 않음.ㅋ) 한국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지난번에 고1 학생들한테는 별로 반응이 없었는데 빅뱅의 예전 교복 cf를 보더니 고3들은 마치 눈 앞에 빅뱅을 만났듯 괴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한국에는 부활동이 없어요.라는 이야기에 패닉. 부활동에 목숨거는 남학생들의 반응은.. 대박 소중한것을 빼앗긴 얼굴을 하고 눈으로 나한테 "그럼 그 학생들의 청춘을 무슨 수로 보상해 줄거요."라는 말을 걸어왔어요.
"전 모르지요."
야간자율학습에 학원에 독서실에 고3들의 일상을 들으며 일본고3이 제일 걱정해 준 것은 "잠은 언제 자나요.. 데체 언제 자나요.." 라고 질문이 쇄도해서 "죽어서 실컷 잡니다."라고 농담했더니. 얼굴에 하애졌지요. 노...농으로 한말이니 새겨듣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수험장으로 돌진하는 수능수험생의 소개를 할때는 여름에 수업할 때와 많이 기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했습니다. 역시 어른스러운? 고3이라 그런지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공공과 사회를 생각하는 맘이 큰지 보자마자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어떻게 자기가 늦잠 자 놓고 저럴수가 있어요? 말도 안돼요."
그래서, (댓글로 배운 여러분들의 의견으로 좀 반대입장에 서서 이야기해 주었지요.)
예를들면 이 남자학생이 늦잠자서 대학에 못갔어요. 그럼 군대에 끌려가겠지요.
2년간 훈련을 받고 나와서 대학에 가려고해요. 머리는 바보가 되어요. 다시 고1과정부터 수험공부를 해요. 부모는 허리가 끊어지고 친구들은 이미 취업준비를 하고 애인은 피가 말라요. 국가는 멀쩡한 인재를 몇년간 써 먹지 못한 채 손실을 입어요.
한국은 성인이 된 남자가 군대에 가야하니까 20대에 학업 말고도 해야할 일이 한가지 더 있다고 그러니까 하고자 하는 일을 제때에 꼭 해 두는것이 가족과 국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요 라는 거창한 마무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너무 당황스러워 하시는 모든 분들께 사과를 드리며, 좀 더 설득력있는 의견을 접수 받습니다. 왠지 남들이 손가락질 하면 손가락질 하는대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넘어가기 싫은 부분이네요. 왤까!!!)
구렁이 담 넘듯 일단, 넘어가서 연애하는 친구들이 많은지 손으로 만든 빼빼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일본의 졸업식은 3월이라서 발렌타인데이 쵸코가 가면 사탕까지 받아먹고 졸업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2월이 졸업식이라 쵸코를 보내면 입 싹 닦고 사탕은 나 몰라라 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에 꽤 반응이 컸습니다. 이것들 도중에 한국에도 '난파'(거리에서 헌팅)하냐고 묻기도 해서 농도가 점점 진해질까봐 두려워씀니다. 고1과 고3의 차이를 실감.
프레젠이 끝나고 일본과 한국의 문화에 대한 차이점 몇가지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예를들면, 여자친구 가방 들어주는 한국 남자친구.했더니 여자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 어머 멋있어~" 랑 " 아니 가방을 왜 남친이 들어줘요? 이유를 모르겐네? 왜 들어주는데요?" 하길래 대답해 줬습니다. "무겁잖아." 했더니 애들이 "....엉?" 이래서 "안 사귀면 안 들어줘." 했더니 "아~~~" 하고 납득하대요? 그래서 슬쩍 넘어가기.
또, 지진을 느껴본건 일본에 와서 처음 이에요 했더니
"어머어머"하고 무지 신기해 했습니다.
"전쟁있는 나라에서 살래 지진있는 나라에서 살래 그럼 어디서 살래요?" 했더니, "지진이요."라더라. "왜요? 전쟁은 인간의 힘으로 멈출수 있지만 지진은 어찌할 수 없잖아요." 다시 묻자,
"나라 나름인거 같애요. 다른 나라는 몰라도 북한이랑 대치하고 있는건 지진이 나은거 같애요"
할 말 없었다.
동감이오.
강의는 일단락하고 한글에 대한 친근감을 심어줄까여!
간단한 자음과 모음을 적어서 조합해 보는 퀴즈를 시켜봤어요.
예를들면,
(a) ㅏ( i) ㅣ (u) ㅜ (e )ㅔ (o) ㅗ
(g)ㄱ(n )ㄴ (d) ㄷ (r ) ㄹ (m) ㅁ .....등등
이 쓰여있는 표를 한장씩 나눠주고
예) 히로시마 ひろしま
문제) 오오사카 (이 괄호 안에 들어갈 히라가나는?)
이런 문제를 몇개 출제 했습니다.
딱 5분간 했는데 퀴즈로 나온 일본 지역 8개를 반 전체 학생들이 전부 한글로 읽어내더라고요.
자신들이 오늘 처음 본 글자를 읽어냈다는 것에 너무 놀랍고 흥분되서 "내가 한글을 읽었어!!""신기해!!!" 라는 탄성이 여기저기. 늬들이 드디어 세계공용어가 된다 해도 어디 흠잡을데가 없는 한글의 위대함에 눈을 떴느냐.
"와 나 한글 되게 잘할거 같애!" "완전 쉬어!!" "이렇게 쉬운 거였어!!??"라는 탄성이 뒤를 이었죠.
"......애들아..미안.. 늬들은 아직 '받침'의 존재를 모른단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