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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13-08-18 케군의 한국여행기 Ver.8 북한산둘레길, 길 떡볶이,연타발곱창

by Previous Dong히 2025. 3. 14.

 

 

둘째날 케군이 도착하고 공항에서 바로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근데 나는 너무 배가 고팠고 근처에는 시장밖에 없어서 간단하게 뭘 좀 먹고 가면 딱이었는데.

케군은 표정이 안 좋았다.  전통 시장을 가 본 적이 없어서 무섭댄다. 이해는 하지만 난 너무너무 배가고팠고 김밥 한 줄이나 국수 한 그릇 먹으면 됐는데! 얘는 하여간 표정이 안 좋았다. 

 

 

 

결국 몸을 돌려 시장을 나와서 나는 바로 짜증이 났다. 얘는 급 미안해 하기 시작했지. 다시 시장에 가자고 했지만 이미 나는 심사가 뒤틀렸지. 그러다가 떡볶이 포차가 보였다. 

 

이것도 드럽다고 인상쓰면 이혼감이었는데 (심지어 얘는 배 안고팠다. 나만 먹으면 됐는데 내 맘대로 메뉴를 정하지 못한거다.) 마치 선심쓰듯 앞장서서 "어여 먹짜 떡볶이 먹짜. 일로와 일로와 우쭈쭈." 이러면서 화해무드를 유도했다. 후- 일단 배부터 채우고 고르지 못한 심성을 잠재우자.

 

못난이, 김말이, 야끼만두도 범벅한 떡볶이 1인분, 서비스 오뎅국물.

 

이 시키가 다 먹었다. 오뎅꿍물을 벌컥벌컥 티김, <티김> 이상한 발음으로 티김에 잡채가 들어있다며 혼자 떡실신하고 '김말이'를 외웠다. 
 

 

똥똥한 배좀보게. "너 이 떡볶이는 안 더럽냐? 왜 먹어?" 했더니  "25년 장인의 집이잖아." 리어카 간판에 25년 동안 한 자리에서 쭈욱 장사해 왔다는 손글씨가 있었다. 먹어보고 맛있으니까 하여간 갖다붙이긴..
좀 매웠는지 바나나우유를 먹기로했다. 슈퍼 아줌마한테 "빨대 주세요."를 시켰다. 입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혼자 연습하더니 아줌마한테 통했다! "아 빨대가 없네 잠시만요." 카운터 밑으로 빨대뭉치를 찾으러 몸을 숙인 아주머니. 그 앞에 빨대 달라는 말을 성공한 케군이 싱글벙글 웃고있었다. 기염댕이.
뒤에 명화씨.. 아니야?

"바나나우유 어때?"

"음.. 상상했던 맛이야."

"근데, 이게 한 번 먹고나면 은근 생각난다?"

엄마가 짧은 기간동안 지낸 병원에 도착했다.
그땐 그럴 줄 몰랐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사위도 만나게 해 주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의미있는 하루였지싶다. 
 
 

북한산 밑에 경치도 공기도 좋은 곳에서 엄마는 너무 깨끗하고 친절한 시설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케군도 전의 병원보다 훨씬 시설이 좋고 편안해 보이신다고 했다. 엄마가 잠들고 간호 이사님과의 면담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 친절한 병원 스텝분들이 북한산 둘레길에 산책 다녀오시는 건 어떠냐고 권해주셔서 우린 저녁 산책을 나섰다. 

 

옥수수차 한 병들고, 뻣뻣한 룰루랄라를 선보이는 케군.

 

얘는 생전 하지도 않는 운동을 남의 나라 공원에 와서 되게 열심히 했다.
공원에 운동기구가 있는게 일본 사람한테 신기한 건 알겠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

여러 기구를

나올 때 마다!!!

그만해!!!

먹이사슬

이렇게 근육을 키우며 산책은 끝났다. 여행이 다 끝나고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케군은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엔 한국의 자연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좀 더 데려가야겠다.

 

면담이 끝나고 늦은 시간 종로로 돌아왔다. 

 

나와 다르게 입만 고급인 케군을 위해 제대로 된 곱창을 안내했다.

먹는 내내 '욘타발'을 무한 반복하며 완벽하게 '욘타발'을 외워갔다.
 

덧붙여 치즈밥은 유가네 닭갈비가 더 맛있다고 평가하셨다. 예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