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학 부설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센터에 아르바이트를 갔었다. 컴퓨터 수업 중 일본어 실력 차이가 커서 따라오지 못하는 한국인 학생들을 돕는 일이었다. 내가 맡은 반은 한국학생이 20여명 그리고 영어권 학생이 5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IT강국의 한국 학생들은 일본어는 못 알아들어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자, 강해 졌다;; 뭔가 만져보더니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많은걸 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바이,말레이시아등등 버벅거리는 영어권 학생들을 돕고 있었는데 그 중 '부탄 왕국'에서 온 한 남자 학생에게 선생님과 우린 쩔쩔 맬 수 밖에 없었다. 그 학생은 태어나서 컴퓨터를 처음 만져 본 것이다.
일본어 문제를 제쳐두고 많은 문제에 봉착했다. "클릭 하세요" 라고 지시하면 클릭이 뭔지 알 수 없어했고, "ID를 입력하세요" 하면 ID가 뭔지 몰랐다. 그 밖의 Email,내 컴퓨터,바탕화면,폴더,드라이브,로그오프..등등 ㅠㅠ 지금 당장 여길 누르고요, 그담에 여길 누르고요. 하고 알려주는 건 가능했지만. 그 분은 '이걸 왜 눌러야 하죠?' '이메일이란게 왜 필요하죠?' 라는 눈으로 날 줄곧 쳐다봤다.ㅠㅠ
이러시면 곤란해요...ㅠㅠ
하도 시트콤 같은 일을 경험한 지라 그 다음날 유미한테 이야기 해주며 둘이 겔겔겔겔 웃었다. "너 부탄왕국에서 온 사람 봤어?" 겔겔겔겔 "일단, 이게 모니터고요 이게 마우스예요로 시작했다니까"겔겔겔겔
그리고 오늘 생각이 나서 '부탄 왕국'에 대해 찾아 봤다. UN에서 근무하시는 어느 분이 블로그에 부탄 왕국에 출장을 다녀와서 이런 저런 일지를 써주 신걸 읽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부탄은 우리나라의 5분의1 정도의 면적의 작은 나라이다.위치는 히말라야 동쪽 산맥 끝에 자리잡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2008년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데)왕이 물러나며 내각책임제로 전환되었다. 이 왕가는 정말 검소하여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특이한 것은 연간 외국인의 출입을 7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무리 돈을 준대도 부탄왕국을 통해 히말라야 등정을 일체 거부하는 나라이다. 부탄 왕국 쪽 히말라야에 그렇게도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많다고 한다. 경제개발 보다 산림보호를 우선시해서 현재 국토의 75%가 산림이기도 하다. 국민 총생산 GDP가 아닌 '국민총행복 'GrossHappinees Index를 활용하는 나라이며
세계 경제 랭크는 최하위이나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 6위 기록 했다고. 부탄 왕국의 별칭은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 (천국)'이라고 한다.
그 블로그에 이런 글이 있었다.
오늘 만찬에서 옆에 있던 부탄 공무원에게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simple life'였다. 과도한 물질과 소유가 과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냐고 그가 반문했다. 먹을 정도의 음식, 추위를 피할 거처, 뭐든 일할 수 있는 권리, 이정도면 행복한 거 아니냐고 한다. 그에게선 어떤 가식적이거나 뻔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아 정말 그렇지 않을까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태어나서 컴퓨터를 처음 본 그 분에게 미안한 마음과 창피한 마음이 교차했다. 그리고 내 몸을 칭칭 감는 각종 전선들을 보면서 엄청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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