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군은 오늘 나하고 할 일이 있다며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어딜 가는지 뻔히 알고 공들여 화장 해 놨으면서
어딘데! 어딘데! 뭔데뭔데~ 뭐어언데에에에~
2007년 우리가 처음 데이트를 했던 어느 여름날, 아사쿠사역 사진 속 에스컬레이터 저기 위 쯤이 약속 장소였다.
비가 부슬부슬 왔고 짧은 팬츠에 12시간이나 데이트를 강행할 줄 모르고 높은 하이힐도 신었었다. 나중에는 그 자리에서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싶을정도로 아팠는데 그래도 헤어지긴 싫었었다.
왜 그때 유람선을 탔더라.
아그래, 은하철도 999를 모티브로 한 히미코 유람선을 타고 싶다고 가게 됐었지.
우리 처음 데이트한 그 유람선 타는거야?
"그래! 어때! 쿠쿠쿠, 움화화화 움화화."
"아.. 운행 안하네.. 너... 운이 나쁜데?"
"헉.."
"이래가지고.. 결혼할 수 있겠어????"
"헉.. 할 수 있어. 다이죠부!"
히미코는 아니지만 유람선을 타고 이 강을 건너기로 했다.
우린 그날도 이렇게 배를 타고 오다이바로 향했다.
윗 갑판에서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어색함을 이겨냈었지.
근데, 이제 이렇게 마주앉아 미래를 이야기하고
감금당했다 풀려난 여자처럼 넘후 부끄러워서
고개도 제대로 못들던 첫 데이트였는데
이젠 얼마나 잘생겼나 요리조리 똑바로 볼 수도 있고.
오다이바에 도착해서, 갈레트가 먹고 싶다는 나의 리퀘스트에
마치 첫 데이트를 하는 남자친구처럼 인터넷 검색을 착착 해서
가게 앞으로 날 데려갔다.
"우리 저거 타는거야?"
난 기억에서 잊혀질랑말랑 한 대관람차를 떠올렸다.
첫 데이트. 어색하고 쑥쓰러운 분위기에도 헤어지긴 싫고
할 건없고 어쩌다 타게 된 대관람차 안.
생각했던 거보다 아찔하고 너무 무서운데
락앤락 통 같은데에 (솔직히)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갇혀 있을라니
도망가고 싶었더랬다.
맨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케군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 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하면서
안쪽 포켓에서 넓직한 물건을 꺼냈다.
뭔지 뻔히..다 아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케군은 히히힉히히힉 하고 숨넘어가듯 웃어제꼈다.
쑥쓰럽고!! 기분도 너무 좋고!!
내가 그렇게 수도꼭지 틀 듯 눈물이 콸콸 나오는 걸 보니
너무 기뻤나보다.
빨리 빨리! 밑에 내려가기 전에 흔적을 지우라고
파닥파닥파닥 이리뛰고 저리뛰는 케군을 앞에두고
난 여유롭게 감동받고, 눈물 줄줄 흘리고
케군한번 쳐다보고, 카드를 한번 보고, 바깥을 한번 쳐다보고
케군을 한번 봤다.
케군. 대관람차에서 내리자마자 야구게임을 하겠다고
신나게 달려간다.
저.. 일 끝내고 스트레스에서 해방한 듯한 상쾌한 몸놀림을 보라.
"오늘 할 일 끝!!! "
저녁밥도 나의 리퀘스트에 따라, 회전스시 마구 먹고
유리카모메를 타고 케군의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껏 일부러 사람들을 속이려 네발로 걸어다니는 척을 했떤 모양이다!!
갑자기.. 나만 있는 타이밍을 틈타!!
서서히 땅을 짚고 일어서려는게 아닌가!!
"아 진짜.. 허리아파 죽을뻔핸네.읏.쌰!"
유스케는 직립보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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