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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던 나

2012-02-14 도쿄연애2 [셋째날]

by Previous Dong히 2024. 7. 1.

지난 포스팅에 축하메세지를 해 주신 여러분들 정말 온 맘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풍파를 만나면 함께 울어주시고 꽃을 피울 때는 함께 즐거워 해 주시니 이보다 더 초고속 광케이블 시대의 덕을 톡톡히 보는 일이 있을까 합니다.
항상 지켜 봐 주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말 걸어 주시는 여러분들이 해 주신 코멘트가 빈 말이 아니란게 깊이깊이 느껴져서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네요. 일일이 답글 달다가 빈 말 될까 이렇게 남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요일 아침은, 메텔이 지구상에서 제일 맛있었다는 카레를 찾아
원정을 나섰다. [나카메구로! 지구 제일의 키마카레를 찾아서]

 

아;;;그들도 일요일은 쉰다네.

할 수 없이 시부야에 와서 카레의 한을 풀었다.
 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이
도쿄에 먹을거라곤 인도카레 뿐인가. -라고 오해 할 거 같다.

 

영상 8도를 웃도는데,
아버님이 "김상~ 하필이면 제일 추울때와서 고생이네! 아이쿠."
어머님이 " 옷 단단히 입고 나가~ 미안해서 어쩌나 한파네 한파."
라고 했고, 내가 있던 내내 연일 뉴스에서.

" 이번 주 내내 극심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今週、ずっと厳しい寒さが続いています。)

라고 했다.

영하17도를 이겨 낸 한국인이 자랑스럽다.

 

저녁때는 케이타 엄마,아빠, 남동생과 근처 호텔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조용한 룸에서 오손도손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 조용하기 짝이없다 ㅋ 내가 입으로 음식 씹는 것을 멈추고 이야기 할때만 '소리'라는게 존재 했다. 천성이 수다스러워서 재잘재잘 말도 잘하는 성격인게 고맙게 느껴졌다ㅜㅜ
온 가족이 집중하는 가운데 오랫만에 일본어 틀릴까봐 긴장도 했다.
아. '각자 이야기'하는 패턴 따위 이집엔 없는 건가.

코스요리가 다 끝날 때즈음 아버님이 아주 힘겹게 질문을 건네셨다.
"그래서.. 김상은 앞으로.."
"저는 이제 한 여름까지 회사 다니고 그만도야죵 조잘조잘. 재잘재잘."
"으응? 그럼..그만 두면 어떻게..."
"그거야 뭐, 얼릉 일본에 와야하지 않게쪄여? 조잘조잘, 재잘재잘 얄라뽕숑"
"일본에? 오면 어디..."
"어디긴뇽. 케군한테 와야죵. 어쩌구 저쩌구 쌸랄리뽕"
"아  그으래래래래?" 껄껄껄껄.

고개를 드니, 눈이 휘둥그런 세가족을 만나 볼 수있었다.

야야.. 케군아..
넌 정말.. 집에 아~~~~~~~~~~~~~~~~무말도 안하는구나.

"어. 저.. 아무것도 못들으션나봐요."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냄새를 맡지도 못하신 케군의 부모님은 한국에 그나저나 들락거리는 케군과 나를 보며
(남동생은 올 4월에 동거를 위해 떠나는데)안절부절 걱정을 하셨던 모양이었고.
케군은 그런 부모님 맘은 생각도 안한 채 지금 이순간 밥 먹을 때처럼 '안 물어 보신'일에 관해서는 전혀 말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원하게 어려분의 고민을 해결해 주겠습니다! 
라고 말하듯 나는

" 올 가을에 결혼 합니다."

했고. 엄마와 아빠는 몸을 1미터쯤 앞으로 내밀며

"으응!!!??? 진짜!!!"
하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남동생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피식피식 웃고 있다가.

"네, 어제 프로포즈도 받았는걸요~"
했더니 빵 하고 터져서.

"형이??????????? 프로포즈????? 했다고????"
를 3번이나 되물었다.

"그덤요~그덤요~ 항국에서는

프로포즈 안하면 결혼 따위 못하눙걸요?"
으쓱으쓱. 장난끼 섞어 늘어 놓았다.

남동생은 "어디서여? 어디서여?? 반지 줬어요? 반지는?"
"아~ 그런건 없드라구요. 기대했는뒈!!!
저희 처음 데이트 했던데 가서 배타고~ 관람차 타고~ 꼭대기에서~
조잘조잘 재잘재잘"
이야기 듣는 내내 엄마는 넘후 설레서
두 손을 볼에 갖다 대고 꿈을 꾸고 계셨고
고개를 돌려보니

케군은 알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싫으면 그만하라고 말해.
왜.. 가족들이랑 있으면 싫다는 말조차도 안하는거야!!
 말을해 ㅋㅋㅋㅋㅋ'

이쯤에서 케군을 돌아보며

"내가 엄청 다 말할까봐 속으로 조마조마 하고있지?"
(全部、言っちゃうんじゃないかハラハラしてるんでしょう?)
했더니, 케이타는 긴장이 탁 풀린 얼굴로. "응." 하고 말했다.
가족들은, 장남의 곤란한 얼굴을 태어나서 처음 본 듯
엄청나게 웃었다.


케군은 내가 얼마나 조잘댔던지,
그저, 카드의 내용만 이야기 안한게 잘했다고 몇번이나 칭찬해줬다.
나는 그렇게 떠들어 댔으면서 그렇치? 크하하하 하고 막돼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