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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였던 나

2012-05-23 보이스피싱 이야기

by Previous Dong히 2024. 8. 8.

생전 말 한번 걸지않던 옛 친구가 네이X온으로 안부를 묻거나 내 발랄한 친구가 단 한개의 이모티콘을 쓰지도 않고 심각하게 굴거나 완벽하게 비지니스 관계로 연락하는 사람인데 어따대고 "모해?" 이러면서 친한척 하면 십중팔구 대륙에서 오신 우리 동포 그 분들이시다. 
바쁜날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동포들을 만나면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놀아주곤 한다. 그래! 안녕? 잘 지냈어? 어머 얘 오랜만이다. 이 말이 나오기 무섭게 동포는 사심가득한 인사치레로 난리가 난다. 그러다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실은 내가... 이러면서 사정이야기로 들어간다. 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잔뜩 한다. 내 평생 이런 기회 별로 없다 싶다.  어 그래. 당장 보내줄께! 얼마? 69만원? (왜 항상 그런 애매한 숫자를 꿔달라고 하는지 웃긴다. 리얼리틴가?) 내가 돈이 많잖아. 너도 알지? 나 학창시절부터 진짜 잘사는 거. 야야 이런일 있음 당장 나한테 먼저 말하지 그랬어. (대박이다. 정말 사기꾼도 짜증나겠다.) 나 어제 차 바꾼거 알지? 우리 오빠가 그저께 보데카에서 백 사줬잖아. 너 보여 줬나? (드러어서 이거 때려쳐야겠다는 맘이 들 정도로 미친짓을 한다 ㅋ) 난 재밌다. 완전 자지러진다. 동포는 계속해서 어머 그랜니? 좋겠다. 어 내가 너 잘 사는거 알지. 그래서 이런말 하는거잖아 이런다.ㅋㅋ 난 웃기다. 그리고 급해서 그런데 당장 해 달라고 한다. 그럼 인터넷 뱅킹 쏜다고 한다. 그럼 한사코! 동포들은 말린다. 인터넷뱅킹은 절대 안댄댄다 ㅋㅋㅋㅋㅋㅋㅋ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안 된댘ㅋㅋ 이 비지니스에 너무 큰 구멍 아닌가. 그럼 은행이 바로 밑이니까 빨리 갔다오겠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면 바로 사무적인 말투로 어디서 복사해 온 듯한 문장이 날라온다. 예금주가 항상 사람이 아니다. "보보스 클럽" 여기가 예금준데 김봉추-뭐 이런 생뚱맞은 이름을 찍어줘라고 신신당부한다. 이게 의심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드나보다. 
한 번은 해당 은행에 전화해서 신고를 해 봤다. 이 계좌 막아야 할 것 같은데요? 했더니 은행은 속수무책. 아-무런 해결책이 없었다. 경찰로 돌려줬다.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해 봤다. 경찰은 피해금액이 있어야 접수가 가능했다. 응?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도 아니고, 피해가 먼저냐 신고가 먼저냐라는 그래서 " 다 꺼져!" 이런 마음으로 그 후부터는 그냥 동포들을 만나면 즐기기만 했다. 
얼마전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Y씨와 보이스피싱 체험담을 나누었는데 Y는 당장 해주겠다며 동포의 기대를 한 껏 부풀려놓고. "18원" 을 입금했다. 메신저의 동포가 너무 의아한 말투로.. 어 그런데.. 너.. 왜 18원 넣었어? 했다. (아직도 모르는 거냐?) Y는 응 내가 "십팔원 넣었어."하고 해맑게 말했다고 ㅋㅋㅋㅋㅋ 아 그래. 다음부턴 18원 입금하고 경찰에 신고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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