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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였던 나

야구 관람 2번 만에 롯데를 경험하는 행운

by Previous Dong히 2024. 10. 20.

나는 너무 운이 좋다. 좋은 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울 촌 아가씨. 뼛속까지 롯데 팬인 이과장님 그룹을 따라 목동 야구장에 아-무생각없이 따라 나섰다. 그런데 거기는 곧, 부산, 야구의 중심, 스포츠의 핵 이었다.

전준우 뒤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롯데 구단주만큼 놀라운 야구상식과 롯데사랑. 그리고 무서운 열정을 가지고 계셨다. 저 분의 자녀 수 만큼 롯데 팬이 불어날 수 밖에 없을 것같다.

경기가 시작됬다. 지난번 에스케이 관중석에서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한 하나됨과 응원단장의 재치로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그 유명하다던 경성대 전지현을 거의 직선에서 관람했다. 예쁘다. 아이유 노래가 나오면 마치 아이유가 춤을 추는 듯 태티서 노래가 나오면 마치 태티서가 춤을 추는 듯 관중들의 환호가 찢어졌다. 예쁘다 줄줄...

막자란 용가리, 곱게자란 용가리 등등 각종 롯데 유니폼에 잘게 찢은 신문지를 들고 리드미컬한 억양으로 부산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깨알같이 들렸다. 멋 모르고 바람 들어간 응원스틱을 사 오다니 최대의 실수다. 롯데는 맨손이다. 아니면 신문지와 고함소리로 충분했다.

 

경상도 여자와 저 파란눈의 남자와의 러브스토리가 엄청 궁금했다. 경상도 여자보다 더 무뚝뚝하게 야구를 관람하던 외국아저씨는 7회말에서 날린 홈런 그리고 정말 연이어 날린 홈런에 동점을 찍을 때 용수철처럼 튀어올라서 우리랑 하이파이브를 때리고 아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리셨다. 혈관까지 부산! 롯데이심!

 

10살 남짓 아이의 등에는 최동원. 그 전설의 이름.
홈런으로 목동 야구장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뒤에 여성팬이 청룡열차같은 사투리로 연~장 가!자~ 연~장 가!를 외쳤다. 귀엽다.. 나도!! 나도!! 부산에서 태어날 거야! 부산 사람들의 롯데사랑은 그야말로 자식사랑이다. 누가 잘생겨서, 감독이 좋아서 유니폼이 어때서 실력이 좋아서 이런게 아니다. 단지 내가 부산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냥 여기가 부산이니까. 내..내는 로..롯덴기다! 이유가 없다. 다음엔 누구팬을 할지 과거엔 어떤팬이었는지 그런 고민이 없다. 내 자식이 못생겨도 공부를 못해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이유없는 응원, 애정이다. 부산이니까 부산하면 롯데니까.. 아 부럽다. 피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이다. 이 함성은.

그러다 갑자기 운동장이 술렁였다. 앞 쪽에서부터 오렌지색 물체 덩이가 공중 위를 날라다녔다. 휙~ 휙~ 익숙한 듯 낚아채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신속하다. 뭐가 파도처럼 전달되고 있다. 이게 뭐지! 뭐가 오는거지! 무서워!!

쓰레기봉지를 머리에 썻다! 바람을 가득넣은 쓰레기봉투를 부레처럼 머리에 썻다. 그것도 단체로

 

목동이 오렌지하다.
쓰레기 봉지까지 장착하고 "마~!"를 외치는데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 알았나 싶다. 응원가에 "쌔리라~" 한다. 귀여워서 배가 간질간질했다.ㅠㅠ 공이 날라온다. 관중석에 떨어졌다. 거의 불같이 화를내며 다들  " 아 줘라!" 를 외친다. 안 주면 맞을 거 같다. 공을 받은 아이가 번쩍 손을 든다. 관중들이 그제야 이성을 찾은 듯 잠잠해 졌다. 말도 못할 것 같은 어린아이를 번쩍 안고 공쪽으로 달려가는 부모가 있다. 이 아 줘라 이거다. ㅋㅋㅋ 이과장님은 자리에 앉기 전에 만약.  자신이 공을 받을 경우 어느 아를 줄 것인지 미리 점지 한 후 자리에 앉기까지 하셨다. 외국인 아저씨의 혼혈 아들에게 주기로 하셨는 듯 나에게 쟤 주믄 대겐네.. 하고 중얼 거리셨다.

롯데아주머니 쓰레기봉투로 리본을 만드셨다. 놀랍다... 아주머니께 평생 롯데팬을 하겠다고 맹세하고 리본을 받았다. 우린정말이지 업되서 넘쳐나는 아드레날린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연장까지 10시 넘어 끝난 야구장에서 나오자마자 퍼펙트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최동원을 향한 부산의 미친팬들에 완전히 몰입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최동원보다 선동렬보다 전설을 만든 미친 부산팬들이 (해태팬들도!) 너무 재밌어서 눈물이 주룩주룩... ㅋㅋ 나더라.  사직구장에서 보면 진짜 얼마나 살 떨리게 재미있을까. 부산 사직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외치는 상상을 하면 잠이 안 온다.

 

 

경성대 전지현에 이어 배트걸까지 다 찾아 봤다. 롯데 응원가 가사랑 동영상까지 찾아 봤다. 부산하면 롯데, 롯데하면 야구! 이걸 뭐 꼭 말로 해야하는가... 경기를 단 한번만 본다면 모든 설명이 끝이나는 일.

 

구장에서의 치킨도 빼놓을 수 없는데, 롯데 응원할 때는 먹으면 안됀다. 응원단장이 총으로 쏴버린다고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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