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이쿠짱이 한국에 놀러왔을 땐 결혼하지 않아도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동거생활이 매우 고민이라고 그랬었다. 안정 된 부모님을 보고 자라며 현모양처를 꿈꾸던 이쿠에게는 이미 몸과 마음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는데 결정적인 상대의 반응을 읽을 수가 없던 시기였더랬다.
독일어과 친구들. 참고로 모두 동창임. 신랑 부모님이랑 신부 부모님이 인사 오실 때마다 너무 어려워하셔서 쟤가 우리 동창임을 재차 재차 말씀드려야 했다.
각자 이름이 적힌 지정석에 앉았더니 이쿠가 하나 하나 손으로 쓴 메세지 카드가 적혀있었다. 난 일본 결혼식 처음 와서 이런거 몰랐잖니.. 느닷없이 그런 세심한 배려를 맞이하는 바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가슴 따뜻해 지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주례사의 설교없는 결혼이라 좋네-하고 생각했더니 밥 먹기 전에 스피치가 계속 됐다. 신랑 회사분, 신부 지인. 아버지 친구 등등.
이쿠가 프로듀싱한 메뉴 및 순서책자도 너무 귀엽고 (신부가 할 일 대박 많네. 머리 터졌겠다.)
신부는 남동생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인사를 올렸다. 여기까지가 1부였다.
신랑은 형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인사를 올렸다. 형이 너무 키크고 잘생겨서 다들 새로운 충격에 빠졌 .. ㅎ 부축하는 거 아니고 에스코트하는 거임.
요리사 분들이 스테이크를 구워주...
와.. 결혼식이 아니라 디너쇼 온 줄.
신랑신부가 정성스레 한 분 한 분께 나눠드렸다. (신기해...)
모두 디저트에 빵 (을 몇번을 리필해 먹었는지.)에 와인, 샴펜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식장에 도착해서 축의금 전할때 나뭇잎사귀 같은 종이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더니, 신랑 신부는 저걸 예쁜 액자에 넣어 모두에게 보여줬다. 이쿠답구나. 결혼식에 온 사람들 다 기억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그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쿠가 부모님께 편지를 읽어드렸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는게 보는 사람들이 더 죽을 거 같애서 우린 막 울었다. 어머님의 얼굴은 일그러뜨리며 계속 눈물을 훔치셨지만 입이 줄곧 웃고 계셔서 너무 행복해 보이셨다. 히로랑 이쿠는 이쿠의 생일날 프로포즈를 했던 여행지와 똑같은 티켓을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다. "저희의 뜻깊은 장소가 가족 모두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신랑신부는 아무것도 못 먹은 테이블.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우리 테이블
한 사람 한 사람 배웅해 주시는 양가 부모님께서 내 스피치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감사해 하셨다. 난 이쿠의 손을 잡고 주책스럽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집에 가는 마당에 내가 우니까, 이쿠가 민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ㅋ 근데 이쿠야 너도 히로랑 내 결혼식에 와서 난 가만있는데 니가 우는 바람에 내가 완전 눈물바다 됐었거든? 이상한 복수를 하게 되었네.
선물로 바움쿠헨을 받았다. 독일어과 출신이라 바움쿠헨을 준비했나? 나중에 물어봐야지.
손수건도 받았다.
카달로그도 받았다. 여기서 맘에 드는 걸 골라 배송받는 선물 시스템임.
그 날 미용실에서 이렇게 이쁘게 사토상한테 세팅 받고 드레스 입고했던게 너무 아까워서
집에와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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