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오는 어느 주말,
멀리 가는 것도 번거롭고 집에만 있는 것도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웹 검색을 했고
'한적하고''다정하고''맛있고''가까운' 가게가 있는지 찾아봤다.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주택가에 오픈한지 얼마 안된 카페였는데 쉬폰 케잌이 맛있다고 해서 주문을 하고 오래오래 기다렸다. 그 사이에 케이타가 여러번 눈을 비볐고 나도 혈압이 떨어져서 도중에 한번 졸았다.
BGM이 어떤 장르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대신 걸을때마다 소리를 내는 나뭇바닥이 자꾸 생각 난다.
구석에 앉은 여자아이는 우리가 주문하고 다 먹고 가게를 나갈 때까지 계속 다이어리에 뭘 끄적였다.
밝은 색깔 나무를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에 따라 온 케이타는 먹는 목적 뿐이였는데..
불행하게도 기다렸던 쉬폰 케잌은 맛이 없었다.
쉬폰 케잌을 다 먹고 조용히 포크를 내려 놓으며 나는 말했다.
" 참 내가 미안하다..."
케이타는 마치 '다음에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어'라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빗 속을 달려 웹으로 검색한 소바를 먹으러 갔다. 깜깜한 주택가에 노랑 불 빛이 보였다. 주차하는 소리를 듣고 주인 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왔다.
"미인 자매가 담근 '오싱코'"라고 손으로 쓴 메뉴가 보였다. 아무래도 70세 정도의 할아버지가 주인이고 60세 가량 되 보이는 할머니가 부인이고 그 옆의 좀 더 젊어 보이는 할머니가 자매인 듯. 근데 진짜 그 할머니 미인이었다.
다 먹으니까 눈 앞에 소바로 만든 아이스 크림을 서비스로 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 오셨다. " 데이트 하는 날 비가 와서 아쉽겠어" "아녜요. 비가 와서 어딜가도 한산한 게 가끔 좋아요." 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우리 차가 안보일때까지 문에서 배웅을 해 줬다.
집에가는 차 안에서 케이타 에게
" 아까 그 할머니 진짜 예쁘지 않았어?" 했더니
버르장머리없는 말투로
"しょせん、ババだ。"
"그래봤자, 할망구다"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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