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케이타의 생일이었다. (뒷북 포스팅)
난, 받아서 좋은 선물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절실히 필요한 물건 2. 도무지 내 돈주고 살 수 없는 사치품이 그것이다.
20대 여성은 (대체로)가난하기 때문에 사치품은 안 되겠고 뭐가 필요한지 물어봤더니 또 옷이랜다. 언제 부턴가 생일이나 기념일때마다 늘 옷을 사주게 됬다. 근데 이게 무슨 역효과인지 내가 안 사면 케이타의 옷이 늘지 않는다!
하긴, 이렇게 된건 나에게도 원인이 있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봄.여름.가을.겨울 케이타가 걸치는 모든 아이템을 초이스 해 왔기 때문에 이제 혼자 뭘 못사게 되버린 것이야. 내가 이거 입어라 저거 입어라 했단 이야기는 아니다.
케이타는 귀가 습자지 같이 얇아서 "어머 생전 처음 입어 보신 다던 이 색상은 케이타씨를 이미지한 색상인걸요!" "아니, 이 옷은 누구신지 못 알아볼 정도로 당신의 체형까지 변화시키는 군요" "지저스! 이 옷을 선택하신 당신은 어떤 모임에서도 주목 받기 마련 일 텐데요?" 라고 하면 벌써 가서 계산하고 있다. 보통 이럼 쇼퍼홀릭의 초기증상이 와야 정상인데 얜 앉아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감나무 밑 곰 현상이 온 거다.
쇼핑에 맛 좀 붙일줄 알았더니 편리한 전용 쇼핑머신이 생겼다고 생각 하나봐. 의도한건 아니고.내가 쇼핑하면 아드레날린의 과다분비로 방정 맞아진다.
생일선물은 지난 생일에 셀렉트숍인 UNITED ARROWS의 BEAUTY&YOUTH (자브랜드)에서 셔츠를 구입했다.
이름 : 케이타
특기: 셔츠입고 점잖은 체
다 거기서 거기인 셔츠들 사이에 양쪽 보더의 컬러가 틀려 눈에 띄었다. 올해에는 패치워크식의 체크 셔츠도 많았는데 체크 보다는 보더가 이쁘더라. 그건 그렇고 남자 옷을 사면서 늘 느끼는 것. 정말 바리에이션 없다. 여성복은 디자인이나 브랜드 컨셉 자체가 기상천외한 옷들이 많은데 남성복은 백화점 통채를 뒤져봐도 한정된 아이템과 디자인에서 잘 벗어 나지 못한다.
가끔 모든 남자들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고 남 보기에 청결해 보이려고 옷을 입는 것 뿐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황무지에서 맨즈계의 패셔니스트로 인정 받는다는 것은여성보다 몇 배의 센스가 요구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과제이긴 하나 이왕 입는거 패션을 즐기길 바라는 나는 케이타에게 좀 의외성이 있는 디자인을 입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찾아보면 뭔가 대담하지 못하다...
케이타가 싫어할까봐 확 못 지르는것.(안 입음 어떡해)
끽 해봐야.
보턴 쪽에 체크가 들어간 셔츠를 들었다 놔 보거나
소매 쪽에 체크를 생각해 보거나
양 가슴의 색깔 다른 옷(TOMORROW LAND)
아 뭔가 소심하다. ㅎㅎ
케이타가 좀 더 그럴 맘이 생겨 주면 좀더 시도 해 보고 싶은게 많은데 남자 패션 디자인이 풍부하지 못한 건 소비자의 경향 탓인가.
아니나 다를까. 생일날, 카페에서 "자 생일 축하해" 하고 셔츠를 선물 한 날. 케이타는 받자 마자 살짝 포장지를 뜯어 보고
황급히 이렇게 말했다.
"큰일이야!!! 웃도리 좌,우 모양이 틀려."
난 그 옷이 불량이 아님을 덧 붙여야 했다.
뭐,
그래도 요리조리 살펴보던 케이타는 맘에 들었는지
집에와서 새 옷으로 갈아입어 보고는 참 좋아했다.
많~~이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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