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였는데 반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드레곤 볼'에 나오는 연보라색 머리를 한 초사이언의 아들 이름이 죽어라 생각이 안났다.
베지터니 피콜로니 마인부우니 벼라별 등장인물 이름이 다 생각나는 가운데 그 꼬맹이 이름만 몇 시간을 끙끙대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니라 또 한 개의 머리를 맞대도 말이다. "아유!!!!" "아으.....!!!" 하며 신음이 절로 나오던 그 답답함이 너무 생생하다
그 다음날 등교 하자마자 친구는 "야!! 야야! 나 알아냈어!!" 하고 내 자리로 달려왔다. 나는 그때 그 친구의 표정도 여지껏 잊혀지지가 않는다. 드라마가 아니라 진짜로 저렇게 환희에 찰 수가 있구나.
드레곤 볼의 '걔'이름은 어이없게도 '트랭크스'였다. 세상에.. 이렇게 입에 짝짝 붙는 이름인데.
또 일전에 일본 친구랑 이야기 하던 도중에 그..왜.. 도모토 쿄다이에 나와서 뒤에 앉아있고 가슴 큰 여자애.. 아. 그래.. 나도 알어 알어. 이름이 뭐더라. 걔 걔 아 왜 있잖아. 딱 봐도 아 - 일본애다 하고 생긴애. 그래그래. 아우!!! 하면서 그 연예인 이름이 생각이 안났다.
우린 아이우에오 카키쿠케코 사시스세소. 이 짓 까지 하다가.
하히후헤호.. 에서 겨우.
후..후..후카다 쿄코!!!! 하고 둘이 소리를 질렀다.
이건, 지난 주 이야기인데 일본사람 절반 한국사람 절반인 술자리가 있었다. 그 중에 회사 기숙사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가야 됬다. ”門限がありましてね。” (몬겐이 있어서요.) 라고 하길래
일본어를 잘 모르는 한국친구에게 통역해주려는데 '몬겐'이 한국말로 뭔지 도저히..떠오르지가 않는거다. 할수 없이 "귀가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말이야."라고 풀어 말했다. 아닌데. 우리나라 말로 이거 두 글자 뭐 있는데..
그래서 주변 한국사람들에게 '왜 집에 귀가 시간 정해져 있는 그걸 뭐라고 하지?'하고 물었다. 그런데 단체로 약을 먹었는지 그 자리에 있던 3명 전부 생각이 안났다.
고작 쥐어짜서 '엄호'? ''폐문'? 이런 한국어나 생각해 냈고. 난 대충 뜻 통할거 같은 한자 데려다가 '금귀?" "엄귀'? 이런 뉴 워드를 만들어 냈다.
자려는데 '몬겐'이 걸리적거려 다시 일어나서 불 켜고 사전을 찾았다. 근데 일한사전에 '몬겐'치니까 '폐문시간' 이 따위로 해석했다. 이게 아닌거 라는건 확실한데 왜 생각이 안나는 거냐고.
컴퓨터를 켜고 물어보려 폼을 잡았다. '집에 들어가야 되는 시간' 대충 이렇게 검색 하니까 어떤 초딩의 지식인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 오빠들도 통금시간 있나요?]
오!!! 신이시여!!!!
통.금. 이구나!!!!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오밤중에 고개를 젖히면서 웃었다. 어찌나 속이 후련한지 박수까지 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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