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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11-02-18 [긴자]가부키 공연 - 르 테아토르 긴자

by Previous Dong히 2023. 12. 25.

항상 가부키극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지는게 한번 보고싶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미우라언니가 가부키, 다카라즈카에 대해 모르는게 없는 매니아란 사실을 알곤 의기투합. 가부키 볼 기회가 생겼다.

 

작품은 제1부 於染久松色読販 (오소메히사마츠우키나노요미우리)라는 제목. 두리번 두리번 띨빵하게 따라오는 나에게 미우라언니는 자상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일단, 600엔에 음성가이드 이어폰을 빌릴 수 있다는 점. 데체 알아들을 수 없는 가부키를 쉽게 설명해 준다. 그날은 꽤 기품있는 목소리의 여성이었는데 이 가이드 하는 분도 상당한 권위가 없으면 함부러 해설할 수 없다고.

 

이야기 대강의 흐름뿐만 아니라 시대 배경까지 극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감정 섞인 억양으로 들을 수 있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해 주는 아주머니랄까.

"예전에는 가마를 실어 주는 사람들 중엔 선량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아, 저런 아무래도 오소메를 나른 저 남정들은 선한쪽이 아닌 모양이군요."
 
요런 느낌임.

 

 

 

 

무대의 양쪽 2층엔 2인용 특별석이 있었다.

여기가 1box당 27000엔짜리.
1등석이 13500엔이니까 1등석이랑 가격이 똑같다. 
그치만 오히려 무대와의 거리는 2등석하고 비슷한 듯.
메리트는 뭘까? 오붓한거?

 

이 작품의 큰 볼거리는 가부키 배우 이치가와 카메지로의 1인 7역의 활약이었다. '오소메'라는 여자와 '히사마츠'라는 남자가 서로 좋아하는데  내가 잘 알아들었다면 아마 임신도 했다. 이룰수가 없어서 함께 죽음을 택한다는 사랑이야기. 
두 사람은 현대로 치면 중학생 정도의 나이였다고 한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

이치가와 카메지로는 여기서, 오소메도 하고 히사마츠도 하고 오소메 엄마며 그밖에 주위 인물들을 줄줄이 다 한다.
그렇다고 혼자 나와서 원맨쇼를 하는 장면뿐인게 아니라.  정말 순식간에 옷, 머리장신구, 전부를 바꿔가며 한 무대에 모두를 등장시킨다. 눈 앞에서 농락당하는 느낌이랄까. 데체 무슨 수로 저렇게 여자옷을 입었다 남자옷을 입었다. 1,2초에 변신을 하는건지 흥분의 도가니였다.

 

공연은 3시간동안 이어지고 중간에 15분 휴식시간이 끼어있다. 홍차와 샌드위치를 사러 줄 서는데 어여쁜 게이샤 아가씨가 나타났다. 어떤 말투로 이야기를 할까. 무척 기대하면서 입술을 주시했더니 "아뇨아뇨~ 커피도 주시고 홍차도 주문한거 맞아요" 너무나도 발랄하고 통통튀는 평범한 아가씨 말투더라. 하지만 판매하는 나이든 아저씨는 몹시 지위높은 사람을 대하듯 조아리며 마구 깍듯하게 사과하고 대접했다. (우리에겐 이렇게 설설기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셨어.)

 

예전에 NHK방송에서 '간자시'라는 머리에 하는 전통 장식물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는데, 어린 마이코는 치렁치렁하고 화려한 장식을  하는데 반면, 연령이 더해지면서 간소하고 색감이 차분한 장식을 한다고 했다.

 

위의 게이샤는 머리에 빨간것까지 안에 푹 박았으니까 꽤 선배 언니인거다. 근데 얼굴은 18살밖에 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1등석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