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에서 도쿄까지 비행은 약 2시간 반이 걸리는데 한 시간 빠른 일본에 도착하니 이미 밖이 어두컴컴 했다. 언제나 긴장되는 나이트 플라이트. 특히 그 날은 활주로에 착륙하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안전벨트를 매고 실내의 조명이 소등된 채 굉음과 함께 요동치는 기내 안. 돌아오는 날은 창 밖에 비 바람이 몰아쳤다. 번쩍 하고 벼락이 치는 순간 기내 안에 오오오오오...하고 몇몇 놀란 승객들이 소리를 냈다. 하필 그날 따라 케이타와 난 자리 떨어졌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틈에 외롭게 앉아 빗발치는 창 밖을 불안히 주시했다.
기체가 하강할 때마다 움찔 움찔 했다. 순간 텔레비전에서 "왜 밤에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 내에 전등을 끄는지"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비행기는 하늘을 날 때 보다 이.착륙시에 추락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만약 추락사고가 일어나면 기내의 승객들이 비행기 밖으로 급하게 탈출 해야 하는데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면 잘 보이지 않게 되니까
어둠에 미리 적응시키기 위해 늘, 나이트 플라이트의 이,착륙시에는 기내의 전등을 모두 소등하는 거라고. 나는 이런 순간에 그런 이야기를 떠올린 스스로를 욕했다.
마지막 굉음을 용맹하게 내며. 쿠궁..하고 무사히 기체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일본인들이 오오오오오!!!!!! 하고 탄성을 질르더니 누군가 박수를 쳤다. 따라서 수십명이 장난 반 진짜 기뻐서 반 박수를 쳤다. 그리고 다 같이 웃기기도 하고 진짜로 안도되서 깔깔깔깔 하고 웃었다. 나중에 생각하니까 완전 덤앤 더머 비행기 진짜 웃긴 일화다.
이런 식으로 '무사히' 일본에 도착하고 나니.
아!!! 우리 무사히 돌아왔구나!!!!!!!하는 기쁨이 왔다.
제가 이 짐(이라고 쓰고 케이타라고 읽는다.)을 지고 무사히 여행을 마쳤습니다.
널... 타이페이 공항에서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케이타 : 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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