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가 어제 화장실에 간다는 걸 깜빡 잘못해서 찜통으로 갔나? 그렇담 빨리 뚜껑을 열고 탈출해야 할 텐데. 으쌰! 아... 이 날씨 뭐야.. 마룻바닥 소리가 정적을 깨우지 않게 까치발을 들어 욕실로 갔다. 어제도 한 생각인데 도쿄 한복판 건물안에 이런 구닥다리 나무 욕조가 떡 하니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할까. 다른 건 오래 되도 참 예쁜데.. 저 나무 욕조는... 사다코가 튀어나올듯 음침하고 무서워. -라고 케이타에게 말했더니 너나 잘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사다코보다... 잘 할 수있는 것은 무엇일까? 'ㅂ'..
밍기적 거리고 있으면 케이타가 후딱후딱 "그려~ 그려~" 하고 빨리 얼굴 그리라고 시키기 때문에 샤워랑 화장을 끝마쳐 놓았다. 그리곤 한국에서 가져온 부실한 선물들을 풀어주며 케이타를 깨웠다.
아버지 술안주 할 만한거 사와.- 라는 말에 쥐포 기름에 튀긴 구이맨을 데려가 주었다. 구이맨을 먹였더니 "센베이다나?" 이랬다. 뭐어어어? 어떻게 그런 과자랑 같은 과라고 생각하지? 미각이 이상하다. 다른건 알겠고..도데체 저 제육덮밥이 무엇인지 케이타와 케이타 엄마가 엄청나게 궁금해 하셨다. "한국에서 남자들이 열이면 열 다 좋아하는 가정식이에요." 란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난 한국남자들 중에 제육볶음 안좋아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어서. 수영장에 다녀오신 아버님을 기다렸다가 어머니,아버지,케이타 ,나 이렇게 넷이서 브런치를 먹으러 나갔다. 케이타네 집 근처엔 여러나라 대사관이 많아서 다국적 식당이 참 많다는게 좋은점.
도쿄에서 먹는 이탈리안은.. 잘은 몰라도 이태리 사람들도 깜짝 놀라지 않을까! 저 피자 다음으로 나온 생햄과 룩꼴라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다시 오면 또 먹기로 약속했다. 아니 혼자 "어머니 저 다음에 오면 이거 또 시켜주셔야 돼요 아셧죠"라고 돈 꿔주는 사람인냥 굴었다. 아버지가 대화 중간중간에 "동짱 일본에 다시 와야지~" "오니까 좋지?"이렇게 말씀해 주시고 있었는데 난 눈치도 없이. "네, 네 그럼요~~ 참참, 요즘 NHK뉴스를 가끔 아이폰으로 듣는데요. 싱콩리츠가 일본에 지금 최악이래여~" "응?? 무슨 율?" "싱콩리츠요 싱콩리츠." "싱콩???" "네네, 결혼하고 좀 있다가 싱콩이자나용. 그게 요즘 최악이래여~" "으응...? 그...래? 아니 그렇지도 않던데? 요즘 워낙 이런때라 외롭고 불안해서 다들 결혼 많이 한다던데? 흠흠!" "어머, 그럴수도 있겠네요? 냠냠냠"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정말 난 눈치가 없어도 진짜 더럽게 없나봐. 어찌됐던, 천진난만하게 케이타와 신주쿠로 향한 아둔한 동짱.
어먹!!! 신주쿠에 이런게 생겼어!
아 놔 위아래로 이런거 있는데 서울가면 이렇게 입어야지! 체크쳌!
-하고 있는 내 머리채를 잡고 케이타는 이럴때가 아니라며 케이타 옷을 고르게 하였다. 케이타가 무엇을 입어야 할지 결정내리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는데. 후... 그런데 케이타 복부의 이 하얗고 동그란 것은 모지? 왜자꾸 디자이너의 의도를 쳐부수는거야? 네 몸이 모든 디자이너의 열정과 미래를 앗아가고 있어. 셀렉트샵에 있는 모든 신상바지를 입어보다가 포기하고 GAP으로 내려갔다. 뭔가... 여러가지 타협 끝에 둘 다 허락할수 있는 범위 안에 든 바지를 발견해서 색깔별로 사 버렸다. 빨리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
오랜만에 간 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밀크티도 신나게 마시고 미로도에서 바겐 쇼핑도 했다. 일본의 범죄수사영화는 재미가 없어서 제목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ㅂ' 영화 어땠어? 하고 묻는 케이타의 말에 예술성도 없고 시나리오도 뻔하고 감동도 웃음도 스릴도 없고, OST도 별로고 영상미도 없었어. 'ㅂ' 했더니 왠지..좋아했다. ... .....일부러 ..?
그리고 호텔에서 오늘 산 옷 입어보며 패션쇼하기.
제가 지난달 잡지처럼 입고싶어서 이걸 샀다는 속사정까진 말하지 않겠어요. 아...오랜만에 먹는 오리진벤또의 사바미소는 달짝하니 혀가 살찌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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