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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던 나

2011-07-28 도쿄연애 [셋째날]

by Previous Dong히 2024. 3. 25.

평생 게을리 살아오다 회사 생활 얼마나 했다고 여행지에서까지 아침에 벌떡 벌떡 일어나다니 간사한 몸땡이. 아니면... 늙어서 잠이 없어진건가? 'ㅂ' 쿨쿨 자고 있는 케이타 옆에서 토닥토닥 부지런히 화장을 하고 있다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정부 조사에 의하면 최근 싱콩리츠가 최악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어! 어제 내가 케이타 아버님한테 한 이야기인데 하고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자막을 읽는순간..."힝콩리츠가 최악의 수치" 였던 것이다. 新婚(X)貧困(0)맙소사.
부리나케 케이타를 흔들었다.
동: 크닐나써! 크닐나써!
케: 쿨...쿨...
동: 내가 어제 아버님한테 신혼율이 최악이라고 그랬잖아 근데 알고보니 신혼율이 아니고 빈곤율이어써!
케: 번쩍!
동: 힝콩을 싱콩이라고 잘못들었네!!!
케: 이놈새끼... 너 게다가 낮은건지 높은건지도 반대로 알고 있었잖아..
동: 아니..그거야. 최악이라고 하니까.... 'ㅂ' 빠..빨리 아버님께 정정해 드려!!!
케: 맛타쿠다... 쿨쿨....

'ㅂ'  아라마... 아라..몹쓸 귀때기..

어쨌튼, 오늘만큼은 내가 먹고 싶은걸 먹어주겠다고 했으니, 무조건 회전스시다!! 한가하고 여유있는 회전스시를 위해 시부야로 가던 방향을 틀어 진보쵸로 향했다. 진짜 윤기나고 맛깔나는 스시가 런치여서 저렴하기까지.

 

제일 맛있었던 새우 불에 지진 거랑 이꾸라,오쿠라,토로로.

구름 한 점없이 쨍한 날 낡은 책장 냄새 가득했던 진보쵸.
-에서 난 지갑을 잃어버려서 지하철 개찰구까지 내려갔었는데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도토루에 헐레벌떡 뛰어와 지갑을 다시 찾았다. 하아... 이런 덴장할

 

도토루에서 이렇게 나메코기르기 (끈적하고 기분나쁜 버섯 키우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지갑이 아랫바닥으로 

배 채우고 시부야를 찾았다. 와~ 저게 뭐지? 새로 생겼네.

로프트에서 화장품을 쓸어담고, 선물 줄 펜이랑, 책, 3코인즈에서 가방, 수납케이스를 안고 전철을 탔다. 케이타는 양말도 골라달라고.. (양..말도?) 해서 양말도 골라주고...(혼자 뭘 할 수 있는거지?)
그리곤, 진짜 전철을 탔다. 저녁은 내일 공항으로 일찍 출발할 것을 생각해서 케이타 엄마랑 아빠랑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얻어먹으려는 심산이 아니라곤 말 할 수없다.)

오랜만에 거대한 유스케에게 겁도 없이 다가가 봤다. 얘가 날 싫어하는 줄은 알았지만.. 정말 대 놓고 무시하며 거드름 피웠는데 난 또 거기에 쫄았다. 피식. 아무도 없을때 쑤셔 줘야 되는데.. 보는 눈이 너무 많았어!

 

할머니 병원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결국 우리끼리 인도카레를 먹으러 왔다. 한 6개월 전 여느 주말과 다름없는 듯 정말 평화롭고 평범한 듯 언제나의 메뉴. 버터 치킨 카레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참 .. 그랬다. 익숙한데, 굉장히 감동적인.

잘 먹었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천천히 수입식료품점,서점, 동네를 걸었다.
" 야 너네집에서 이 식료품점 진짜 가깝다~ 빨리 너랑 살고싶다."
" ...!!! 이게 이유!!!"
웃고 있는건지 황당해 하고 있는건지 헷갈리는 케이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설레여서 집으로 가자고 손을 끌었다. 집에갔더니, 케이타 어머님이 복숭아를 깎아서 내 주셨다.  어머님이 자주 물건을 시키신다는 통신판매 카달로그를 펄럭이며 비누부터 돼지고기까지 꼼꼼히 읽었다.

아 맞다! 신혼율이 아니고 빈곤율이라고 말해 드려야 하는데 ! 벌떡 일어나 윗층으로 통통 올라가니까 아버님이 벌써 식사를 마치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벌렁 누워서 주무시고 계셨다. 아 그런데... 자는 모습이 케이타랑 똑같네.. 
왼쪽손이 저기있고 오른쪽 손이 저렇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똑같아서 너무 신기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케이타가 요즘 즐겨 듣는 라디오라면서 아이폰을 틀었다. 너무 매니악한 한국어 강좌가 흘려나오데, 심지어 지나가는 멘트에.
"삼계탕하면 토속촌이죠~ 하하하 " 하고 두 진행자가 웃지 않는가.
이걸 이렇게 말하면 청취자가 알아 듣는단 말이냐!!!
삼계탕하면 토속촌이란걸 일본에서 방송하다니. 내가 너무 놀라서
"케이타! 케이타! 진짜 삼계탕하면 토속촌이라구! 얘들이 이걸 어떻게 알았어???"
연발을 하니까, 케이타가 그래???그래??? 그래애에에에에???
한국에 가면, 토속촌에 당장 가보자고 의욕을 불살랐다.

하하, 여름휴가때는 토속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