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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던 나

2011-08-05 도쿄연애 [넷째날]

by Previous Dong히 2024. 3. 25.

마지막 날이 되었다. 원거리 연애의 가장 좋은 점은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헛으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1분 1초가 아까워서 잘해주고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워 해주고. 그건, 연인끼리 뿐만은 아닌 듯 하다. 올 때는 텅텅 빈 가방이었는데 가는 길은 지퍼를 겨우 채워간다. 케이타 어머님이 사 둔 우산에 양산에 내가 고민하다 안 입은 잠옷 까지 가방에 꾹꾹 넣어 주셨다.
"우리집에 이런 아가씨 잠옷을 누가 입겠어. 김상 가져가야돼."
"일부러 사신 거에요? 근데 왜 두벌이에요?"
"처음엔 원피스만이었는데 잘 때 바지입는걸 좋아하면 어쩌나 해서 바지 잠옷도 사 뒀어."
" !!!! 쥘쥘...쥘..ㅠㅠ"
"야유- 근데 이건 면 백프론데, 요건 좀 혼방이라 더우면 어쩌지?"
"!!!!!!!!!!쥘쥘...쥘..ㅠㅠ"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비닐 백프로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입겠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고, 며느리 사랑은 외국인 시엄마라더니.

공항에 데려다 주시는 거에요?
예. 그러니까 한국가면 저도 데릴러 와 주셔야 돼요.
아.... 예...예...

그리운 "고고티"도 사주시는 거에요?
예. 저도 한국가면 옥수수수염차 사주셔야 돼요. 광동껄루.
아..! 예예...

케군은 공항가는 리무진 안에서 한국어로 되있는 비자 카드 안내문을 열심히 읽어주었다. 눈감고 들어도 대충 내용을 알 만한 발음이어서 어찌나 기특하던지. "이제 비자 카두 한나로 툭뵤란 해책울 만나보세요." 음!!! 완벽해!! 공항에서 중화요리를 한 접시씩 비우고, 슬프기만한 공항이지만 오늘은 안 울거라고, 너도 울지말라고 했더니, 케군은 운 적없다고 그래서 그 말이 더 슬펐다.
 'ㅂ' 아, 넌 운적 없니?
우리에겐 여름휴가가 있으니까. 여느때처럼 출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빨려들어가는 나를 가까스로 볼 수있는 포지션에서 끝까지 눈을 마주치고 있었지만 힘껏 손을 흔들고 엄청 장난스런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