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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던 나

2011-11-02 케군의 한국여행기 Ver.3 [도착편]

by Previous Dong히 2024. 5. 25.

10월 초 케군은 다시 세번째의 내한을 하고 (공연은 하지 않았다.) "이제 뭐.. 한국에 왠만한덴  다 갔거 같네 " 라는 어이없는 멘트를 날리는 거였다.

 

엔화가 폭등했고 일본 연휴가 겹치면서 명동을 선두로 서울 어디에도 호텔 방이 없었다. 초 고급 호텔부터 중저가에 교통이 편리한 곳은 일본인이 장악했고 그냥 방만 있으면 아무래도 되겠다 싶은 저가 숙박시설은 중국인이 차지했고 막판까지 쩔쩔 매다가 강남의 러브호텔을 찾았다. 휴.. 길거리에 내 앉는줄 알았다. 

 

택시타서 정말 차가 미친듯이 막히니까. 한강다리 건너는것도 간신히 였는데 교보타워 있는 곳까지 토할정도로 막혔다. 내가 지금 귀성길 위에 있나 싶었다. 예상치 못한일에 당황하고 짜증나긴 마찬가지 였는데 지가 먼저 차가 너무 막히는거 아니냐고 이런 얘긴 없었지 않느냐고 있는대로 인상을 썼다. 나름 참는것 같아서 나도 어 그래 미안하다. 우리 내려서 강남역까지 걸어가자 했고 내려서 짐을 끌고 금요일 밤 강남을. 인구당 약 1제곱미터도 차지하지 못한 시커먼 거리를 뚫고 내려가다가 강남역까지 몇분 걸리냐고 물어서 한 10분.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딱 10분이 지나서 나를 휙 돌아보면서 "지금 10분 지났는데 도착 못했어."라고 .뭐라고? 라고? 그러는게 아닌가. 정말 할 말도 어이도 없어서 기분나쁜 악마가 속에서 확 끓어 올라 너 지금 뭐하는 거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니 관광가이드냐? 넌 여기 뭐하러 왔는데? 내가 완벽하게 오늘 하루 어떤 차질도 없이 너를 호텔로 안내하고 관광하고 맛있는거 맥이고 그래주는 사람이야? 나도 몰랐고! 알았으면 이런 지옥같은 동네 누가 오겠냐! 넌 나보러 온거 아니야? 나도 내 집 놔두고 너때매 나와서 고생하고 있는거 안보여??? 니가 싼 호텔 하래매? 그래서 강남에 기어코 꾸역꾸역 쳐 온거잖아! 누군 이동네 좋아서 온 줄 알아?? 야 넌 내가 그냥 여기 현지인으로 보이냐? 그래서 너한테 무례하고 사기치는거 같아서 열받어? 지금 같이 고생하고 같이 가고 있는거잖아!!! 너 뭐야!!!!!!!!

 

난 너무 서럽고  처음 가보는 동네에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라 구글지도를 보고 있는데 내가 제일 못하는게 지도 읽는거라 짜증이나서 "몰라! 여기어디야! 짜증나.. "를 무한반복 하고 있었더니. 세상에서 제일 지도 잘 읽는 케군이 어디어디? 어디 한번 볼까? 옳지 옳지 이리줘봐 하면서 길을 앞장 섰다. " 여기입니다." 하고 꺽어진 곳 끝에 트리아 호텔이 보였다. 한국어로 애교를 떠는 모습에 나도 좀 누그러져서 이젠 좀 투정 섞인 말투로. 내가내가 니 가이드 아니잖아! 너 목적이 뭐야! 왜 왔어. 하니까. 그제야 미안한 얼굴을 하고 "미안합니다." 너보러 왔지. 해 줬다. そうだよ! ラブラブしにきたでしょ!(泣)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으앙.

 

생각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이었고, 조명이 너무 어두운걸 제외하면 직원들도 상냥하고 로비도 넓고 각종 용품이 제일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인터넷을 방안에서 할 수 있다는것도 좋았군! 호텔이 상상했던 러브호텔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 케군도 무척 안심하며 (아직도 가이드 취급하는 느낌이 ㅠㅠ 걸핏하면 클레임을 걸어...) 잘못했다고 백번 말하게 한 후 잊을 만 하면 다시 사과를 받아내고 어느정도 내 기분이 풀리자 밥을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내가 가이드가 아니란 증거로 내가 먹고싶은걸 먹게 해 줬다. (아 이걸 왜 증명해야 하는가...)

 

본가 우삼겹! 정말 맛있었다. 원래 꼭 여행오거나 가면 첫날은 삐그덕 거리는데 왠지 비행에 피곤해서 민감해 지는 것도 같다. 우리만 이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