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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12-06-18 [효자동] 소금구이

by Previous Dong히 2024. 9. 26.

별로 가르쳐 드린 것도 없는데 센세~ 센세~ 하며 민망한 관계가 익숙한 야마무라씨가 왔다. 이번에도 부인과 함께 비지니스 겸 관광으로 한국을 찾으셨는데 밥 집에 데려가 달라고 하셔서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효자동엘 나섰다. 30여년을 한 자리에서 했다고 하던가? 가게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냥 7시 되기 전에 가게로 뛰어 오면 안전 할 거라며 예약 대신 팁(?)을 알려 주셨다. 의지와 체력이 우월한 사람만이 6개의 테이블을 차지 할 수 있는 의자뺐기다.

근데 이상하다. 분명 온갖 블로그들이 경복궁역 1번 출구라고 했는데 눈 앞에 보이는 "효자동 소금구이" 간판은 2번 출구와 가깝단 말이지. 이상하다 이상하다. 식도락 블로거들이 단체로 꽁꽁 숨겨 놓으려고 사실은 2번인데 1번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인가 아니면 손으로 대충 써 내려간 간판을 그럴싸하게 배껴서 복제한 가게인가. (정말... 어이가 없다. 간판이 복제되어있다.) 사람도 없다. 다시 전화를 해서 여쭈어보니 아주머니께서 무척 곤란하다는 듯. "1번이 맞는데.. 거기 2번출구에 있는데는... 뭐... 우리랑 상관 없는 가게라서... " 가지 말라는 말도 못하고 이리오라는 말도 못하고 참 착하다... 말씀에서 뜨거운 상도가 느껴졌다. 절로 "무슨말쓰믈요! 저런 따라쟁이들이 시장 물을 흐려서야!" 정의감이 치밀어 올랐다.  

 

2024년 추가 글: 다시 찾아보니 같은 시기에 오픈한 가족 점포였는데 다른 한 쪽이 매수를 하면서 전혀 상관 없는 가게가 되었다대요? 그러니까 그 집은 그집대로 전통과 맛을 자랑하는 집이라서 취향따라 각자 단골 손님이 많대요. 

 

 

(가운데 삼겹, 아랫쪽 껍질 안 깐 갈매기 살)
은근한 불에 미친듯이 뒤집으며 익혀야 제 맛인데 잘 몰랐던 내가 답답하셨는지 아저씨는 계속 뒤집어 주시면서 "멀리서 손님이 왔는데.. 맛있는 고기 먹여줘야 하는데... 아가씨가. 자꾸 안 뒤집으니까.. 이게 뒤집어야 맛있는거여.." 하셨다. 일본에서 온 손님들이 제 맛을 못느끼실까봐 안타깝고 속상했나보다. 미...미안해요 아저씨.ㅠㅠ 나는 너무 고마웠고 그런 아저씨의 마음을 통역해 드렸더니 야마무라씨 부부도 감동받으셨다.

 

정말 놀랍게도 7시 땡! 정각이 되자마자 6개의 테이블이 만석이 됐다. 7시부터는 웨이팅이 시작되더라. 매일매일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습관이란 무섭도록 정확하고 일정한 법이다. 잘 익은 갈매기 살을 먹으며 야마무라씨가 오오- 이건 하라미 아니에요? 일본에도 있어요 하라미. 이거 맛있네요. 그래요? 돼지고기 중에 갈매기살 이란 부위에요. 갈매기살이라고 불러요. -라는 말이 끝나자 두 부부는 이게 돼지 고기라고요???? 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고기라고 생각했던 부부에게 이 말은 패닉이었다. 이게 돼지라고!!!! 정말 머리부터 발까지 꿀꿀이의 모든 것을 벗겨먹는 한국의 돼지고기 문화는 종류만 다양한 게아니라 수준높은 미각을 자랑하고 심플한 삼겹살부터 돼지머리 국밥에 이르기까지 수천가지의 조리법을 겸비한 그야말로 돈육의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한우보다는 와규를 꼽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한국의 완승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도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면 일본에서는 소고기가 좋았고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쭈구리 절대미각이다! 절대미각! ㅋ)

아무튼, 일본인을 떡실신시킨 돼지고기 그 대표주자 갈매기살에 대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