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하던 나

2012-08-26 결혼하기 Part8. 전업주부 체험- 속편

by Previous Dong히 2024. 11. 12.

한국에서도 마지막 힘 닿는데 까지 하고 있는 것은 발로 찾아가 직접 만나서 청첩장을 주는 일이다. 우편으로 보낸 청첩장은 단 3장. 가까운 친지들을 포함해서 많지는 않지만 내 친구들까지 한 명 한 명 (다음주에 만날 초등학교 동창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명씩) 만나 청첩장을 전달하며 따스한 밥 한 끼 사는 일을 잊지않았다. 어려운 점은 청첩장을 주면서 내 친구의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경사에 나는 참석하겠노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 말 꺼내기 어려웠다. 경사를 앞두고 있는 친구는 이르지만 성의를 담아 봉투를 먼저 건냈다. 외국으로 떠나는 야속한 친구의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알아주었으리라 믿는다. 결혼식은 조촐하게 100명의 규모로 치룬다. (-라고 했더니 일본사람들이 굉장히 성대하다며 엄청난 인파라고 했다. ;;;; )

일본에 다녀온 동안에도 열심히 친구들을 찾아 다녔다. 교토에서 오는 재일교포 언니를 제외하고는 사이타마에 있는 이쿠미와 치바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가 결혼식에 초대했다.
 

이쿠미가 일하는 사이타마 카페에 갔다. 

 

3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이쿠미는 이미 히로와 동거중인지 2년이 다 되어 가고 한 때 전업주부가 너무 하고 싶어 나에게 고민상담까지 했었던 인물이라 나는 참았던 물음표를 마구 쏟아냈다. 전업주부의 장점에 대해 피력해 달라고 부탁한 나에게 이쿠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던 건 단지 일하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말할게."  잡화브랜드의 MD를 꿈꾸던 이쿠미에게 퍼니쳐 회사의 말단 판매사원직은 적성에 맞지않았다. 영업 목표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안겨주었고 정사원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결혼이라고, 결혼을 하나의 소속으로 생각하고 희망했다. 당연히 히로를 너무 사랑하고 이쿠니는 원래 일찍 가정을 꾸리고 싶은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도예와 차가 있는 카페에서 경험을 쌓고있다. 오랜 꿈인 잡화점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단 하루만에 진저리 치도록 싫었던 것은 뭐든지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하는 외로운 일상도, 무얼해도 시간이 안가는 시공간도, 몸이 축축 늘어지는 무기력감도 아니고. 목표도 꿈도 없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혹은 '아무것도 하고싶은 게 없는' 옅은 존재감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한다해도 정신없이 바쁘게 일해야하는 제대로 된 기업에 취직한다 해도 결국 이루고 싶은 꿈을 찾지 못하는 한 전업주부와 별반 다르지 않게 이내 회의를 느끼고 말 것이다.
 

다테상의 결혼선물.jpg
아기가 태어나고 가사 일을 하고, 분주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늘 꿈을 꾸고 어떤 일을 하고 싶거나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하고 계속해서 발전하라는 큰 그림이 필요한가보다. 16부작 드라마처럼 결혼은 엔딩이 아니다. 내 인생이 계속 되는 한 하고 싶은 일들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업주부이든 알바 주부이든, 아기엄마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 1년전에 취업준비 할 때까지만 해도 아 도데체 진로고민은 언제까지 해야하며 뭔 놈의 자아발견은 삼십년이 넘도록 끝도 없나.. 싶었는데. 진짜 끝은 없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