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케서방의 친할머님 댁을 찾았다. 할머니 올해로 90세라고 하시는데! 귀도 눈도 너무 맑으시고 건강하셔서 깜짝 놀랐다.
전쟁 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90년을 사신 분을 처음 뵈서 궁금한게 너무 많아요!)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사가현에 계셔서 도쿄공습때의 일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었던 시대를 사셨고 종전후에는 이케부꾸로에 와서 혼자 몸으로 아들 둘을 키우면서 고생많이 하셨단다. 급식비도 없어 아들 둘이 어릴때 너무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셨는데도. (할머니 한국은 그 당시 급식이란 게 있지도 않았지만요 ㅠㅠ) 젊은 시절에 연금 낼 돈이 없어 현재 연금 없는 할머니의 노후를 아들 둘이 지금껏 생활비며 뭐며 다 책임져 줬다고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식들이라고 그러셨다.
그리고 우리 귀한 손주 케군이 얼마나 착한지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셨다. 케군이 세살때인가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몸이 아파 병원생활을 아주 오래 해서 조잘 대던 아이가 조용하고 얌전해 진 것이 마음이 아프시다고... 케군! 그런 조잘대던 시절이 있었던거야?
할머니랑 온 가족이 나들이를 가면 할머니 걸음이 늦어서 뒤쳐지고 있을 때 꼭 길이 꺽어지는 곳에 케군이 서서 기다리다가 "할머니 여기에요~" 하고 마음 써주던 게 할머니의 소중한 추억이라고 하셨다.
온 가족이 조용한 케군이 결혼이나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단다. 그런데 '여자'를 데려온다는 말에 가족 모두가 흥분의 도가니였다고. 파하하하하 할머니는 내가 아주 오래살아 손주 며느리도 보게 된다며 정말 좋아하셨고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할머니 증손주도 곧 보실거니까 오래오래 사세요." 라며 이 자리에서 낳을 것처럼 굴었다.
어머님이 시켜주신 스시를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었다. 창 밖에 뻥- 뻥- 소리가 들리길래 옥상에 올라가 봤더니, 불꽃놀이가 보였다.
그건 그렇고 이 집안에서 가족 되기 제일 힘든 벽은 이 자식이 아닐까.
유스케야. 이런 건 어떠니.
그렇지! 관심을 좀 가져 봐!
앗!!!!!
이래도 관심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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