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다큐멘터리 나우'에서 일당직 고령 노동자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를 봤다. 60세 전후의 아저씨들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연금도 탈 수 없고 생활수준은 조금 비참한 상황이었다. 방송 관계자가 어느 아저씨에게
"지금 어디에서 생활하세요?"하니까.
"大久保にある飯場(はんば)ですよ。” 라고 답했다.
(오오쿠보에 있는 한바입니다.)
응? 한바??
인터넷을 찾아보니, 작업장 혹은 건설현장의 급식설비나 휴게실 등이라고 나왔다. 이럴수가 이거 일본말이었구나.
내가 초등학생때 엄마는 작은 식당을 했었다.
일반 손님들이 와서 가정식을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 주변의 공장과 월별로 계약을 해 공장직원들에게 점심 제공을 하고, 근처의 건설현장에 식사 배달도 했다. 그때, 어른들이 그걸 "한바"라고 했다. 그래서 난 어릴때 너희 집 뭐하니? 라고 물으면 "한바요." 라고 했고, 물어본 사람들도 "한바"라 그럼 다 알아들었었다.
그렇구나, 한자도 있었어.
(우리나라 아줌마들 일본말 되게 잘하네.)
20대 초반에는 밀리오레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다. 그때까진 일본어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직장은 일본어가 범람했었다.
의류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소위 전문용어는 대부분 일본어 였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어는 많은 사람들 입에서 전달되면서 희안한 형태가 되기도 했던 것.
손님의 주목을 끌기 위해 "와서 보세요~ ""구경하고 가세요"등등 손님에게 말을 거는 것을
[해파리 친다]라고 하는데, 이건 引っ張る 힛빠루 '잡아 끌다'라는 일본어 동사에서
입에 짝짝 붙게 해파리 라는 말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게 앞집 오빠가 '힛빠리'의 왕자였는데,
손님을 반드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바지가 숨을 쉬어요." "아름다운 니트보고 가세요"
"(교복이름표 보고)영철아!" <-놀래서 돌아본다.
(이 옷이 너무도 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손님 사서 걸레로 쓰세요"
(옷이 걸레 같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모험과도 같은 필살기)
뭐, 의류업이 아니더라도, 유흥업소에서 삐끼 친다고도 하고, 그런 사람을 삐끼 라고도
하지 않은가. 전부 히쿠 (끌다)에서 히끼 (끌기 -명사화-)가 삐끼로 변했다고 생각된다.
또, 불량난 옷을 '나오시'라고도 했다.
불량났다고 입 밖에 내면 혹시라도 손님이 들을 까봐 은어를 애용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일본어로 直し나오시. 고장난 것을 고침. = 수선 의 의미였다. 수선해야 할 옷.이란 뜻으로 사용했나?
나는 남성복에서 오랫동안 판매를 했었는데 밤 시간에 손님이 뜸해지면 내 친구 '김년'이랑 아랫층 여성복을 돌면서 가끔 옷을 사고 그랬다. 어느날 '김년'이가 나랑 같이 산 옷이 위에 올라와 보니 불량이길래 바꾸러 갔더란다.
그런데 그집 직원언니가 옷 장사한지 몇일 안된 신참이어서 '시장용어'를 몰랐던것.
'김년'은 일단, 영업시간이니 손님이 듣지 못하게 일부러
"언니 이거 나오신데요. 좀 바꿔주세요." 라고 속삭였다.
그랬더니 그 어린 언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꽁꽁 얼어있더라는것.
'김년'은 좀 더 큰소리로. "언니~ 이거 나오시라구요."
"네???? "
"이거 나오시라니깐요"
"..왜...왜요??? 왜 제가 나가요? 저 여기 직원이에요...."
라면서 바들바들 떨었단다.
정말 배꼽 잡았던 일화. 오해할만도 하다.
그런데, 도매에서 있는 물건 전부 사입해 오는걸 '아도'친다 라고 하는데
아도의 유래는 모르겠다. 뭘까? '아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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