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던 나

2009-09-14 친일파 타이완 여행 시작 ; 첫날 101빌딩 타이페이의 밤

by Previous Dong히 2023. 11. 12.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타이완은  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감동적인 여행었습니다.

하나씩 줏어 배운 중국어를 시험하면서 내 힘으로 타이완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것에 대한 기쁨이 터질듯이 밀려왔던 3박 4일이었다.
일본에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 무뎌졌던 그 소통의 기쁨.

우리는 나라를 빼앗는 일본에게 숨이 막혀 죽을듯이 소리를 질러댔는데 타이완은 똑같은 일본에게 고마워서 절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친일'이란 말의 의미가 얼마나 다른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지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친일'이란 '매국'의 의미와도 '비애국'의 의미와도 전혀 상관없는 '친한 일본' '좋은 일본' 이란 뜻 뿐이다.
유학중인 한국 언니가 이 곳에 와서 들은 이야기인데, 일본은 타이완인에게 학살도 강요도 없는 통치였고 학교를 세워주고 철길을 만들어 주고 통신,의료, 무역을 도왔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었단다.
"그럼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괴롭힌거야?" 이렇게 묻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키는대로 안하니까 래"
난 복잡해 졌다.  분명,명성왕후는 일본의 말을 안들어서 죽임을 당했다. 조선이 거래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계약하라고 디 미는 일본놈들을 상대 안한다고 왕후를 죽이면 쓰나. 나라의 국모가 그런 죽음을 당했는데 말 잘들을 국민이 어디있어.
그런 역사를 머릿 속 어딘가의 담아두고, 가는 곳마다 다이소,무지루시,요시노야,시세이도 등등 일본 브랜드로 뒤 덮힌 타이완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신기했다. 편의점을 전부 점령한 일본 제품,잡지들이 당황스러웠다.

어딜가도 일본사람이냐고 묻길래 전 한국사람이예요. 라고 했더니
서투르게 "안녕하세요~" 하고 쑥쓰럽게 말 해 주던 타이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타이페이 공항을 빠져나온 리무진 버스 밖으로 제일 먼저 펼쳐진 광경은 넓은 공항도로 .. 이것은 마치 인천!..호텔까지 우리를 안내해 주는 타이완 현지 가이드 언니에게 여러가지 중국어를 캐 물었다.

'도 샤우 치엔?' 얼마에요?
'쩌리 쓰 나리?"여기 어디에요? (길 잃을 준비하는 어린 양)

오기전에 일단 중국어 메모해 온게 있긴 있었다. 내 중국어 기본값은

'워 야 쯔이꺼' 이거 주세요.-대충 이런 뉘앙스
'이끄' 하나 '량 끄' 두개
'메이여우 치엔' 돈 없어요. (이딴 회화는 언제 써먹나 했는데 이 문장은
나의 타이완 여행에 히든카드와도 같은 엄청난 무기가 되어 주었다.)

위의 기본값과 조금씩 현지 가이드한테 뜯어낸 짜잘한 중국어들을 합체해 나는 하루가 다르게 레벨업을 해 나갔다.

 

도로마다 폭탄같은 헬멧을 쓰고 떼로 달리는 스쿠터들
그러다가도 문득 동대문 청평화 앞에 대봉 싣고 배달하는 오토바이 집단이
오버랩이 되면서 헉!! 이렇게 서울 같을수가... 하고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밤에보는 타이페이는 수유리,청량리,동대문,남대문,전농동,제기동,종로3가..이 쪽 느낌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절대적 교통의 요충지 이어야 할것.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킨 '시저파크호텔'로 잡았다. 타이페이 역 바로 코 앞.

더블베드가 두개나 있을라니 반대쪽 벽면이 워낙 아무것도 없이 적막했다. 텔레비젼만 덩그러니 있는 너-얼-븐 벽면을 상상해 보라. 뭐든지 아기자기하고 조그마한 일본에서 지내서 그런가? 큼직큼직 하고 거대한 걸 보면 왠지 침착해지지 못하고 무언가가 부족해. 특히 '공간'은 아늑함을 최고로 치는 나에게 이 방은 좀.. 그랬다.

짐을 내려 놓고 101 빌딩을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이드 북을 펼쳐 택시기사에게 처음으로 한 말.
'쯔이끄! 이 제로 이 ' (제로를 중국어로 몰라 ㅠㅠ)이거! 일 제로 일 
그러자, 택시기사 아저씨가 되물었다.
"원 오 원?"

맙소사. 일 제로 일 이 뭐냐. 그냥 저렇게 영어로 하믄 될껄.
" 하오 하오!" 좋아요 좋아.

 

호텔에서 101빌딩까지는 단 돈 170원.일본엔으로 600엔쯤 한 건가? 백원이 지폐로 되 있어서 300엔의 가치인데도 되게 큰 돈 쓰는 것 같은 기분이

짱 좋았다. 은근히 지폐를 팍팍 지불할때 희열을 느끼는 소비중독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로 달려갔다. 타이완에서 처음 먹는 밥!

우리는 첫 날인만큼 타이완 서민요리를 택했다. 이번에도 메뉴의 사진을 손가락질 하며 " 쯔이끄,이끄!" 이거 하나! (두 단어 한번에 쓰기- 레벨업)

난 전부 그 유명한 공완탕 (어묵스프?) 고기덮밥 (자잘한 장조림 고기를 얹은 밥) 그리고 굴 들어간 타이완 식 부침개.를시켰다. 마...마..맛있어 ㅠㅠ

어묵이랑,장조림이랑 굴을 좋아하는 나에게 최고의 세트였다. 이게.. 아마.. 다 해서 한 일본엔으로 4백엔 했던가?
케이타는 소고기면.을 주문. 이게 그렇게 맛있다고 맛있다고 맛있다고 가이드 북에서 떠들던
소고기면인데... 이 향신료...뭐지? 이 톡쏘는 향.. 뭐지? 난 한 젓가락 먹고 고개를 저었다.

 

쓸쓸한... 그의 옆모습.

 

호텔로 돌아가기전에 우리는 처음으로 타이완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사기로 했다.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우릴 향해 돌격해 오는 이 쉣한 냄새는?? 아..... 말로만 듣던 초두부. 우..우리가 지금 난지도에 와 있는건 아니지? 누가 내 코에
암모니아를 들이 붓고 있는거야??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오뎅을 팔듯 한국 미니스톱에서 찐빵을 팔듯 편의점에 떡하니 있을 줄이야..

커피를 골라 레지로 가서 꿔 다 논 보릿자루 처럼 슥 내밀고 멀뚱히 있다가 돈을 내는데
ㅓ야ㅓ#$^%&&^*%^*^ 마???
응??? 우리한테 뭘 원하는 겐가. 처자.
비닐봉지를 들어 보이는 시늉을 한다.  그때 알아듣고, "하오 하오" 했다.
그리고 가이드 언니가 알려준대로 비닐봉지값을 냈다. 타이완의 봉지값은 유료 1원이다.

점원들은 '얘네들한테 봉지값 받는단 걸 어느세월에 알아듣게 하나. 오해하는거 아냐?'
하고 걱정스럽게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더니 우리가 냉큼 1엔을 내며
기분좋게 웃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쎼쎼" 하고 인사했다.

알아, 니들 맘.
나도 명동에서 옷 팔때 일본애들이 한국애들을 죄다
등 처먹는 것들로 보는 눈빛이 제일 기분 그지 같앴거든.

호텔에 도착해서 카페오레 뚜껑을 따고 마셔봤다.
"와 이거 되게 맛있어!!"
"내 것두!! 와 엄청 진하고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일일이 맛을 형용하면서 둘이 꺅꺅 대다가 두개 다 일본 제품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

이 허무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