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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09-9-21 둘째날 영강가

by Previous Dong히 2023. 11. 12.

지우펀에 다녀와서 시내 관광을 위해 (永康街)영강가를 찾았다. 샤오롱빠오가 먹고 싶다는 케이타군의 열렬한 요청에 부응.

영강가에 도착하면 요 아이가 반갑게 맞이하는 유명한 집. 타이완 사람들은 사실 잘 안 간다고.

창업한지 꽤 된 역사있는 집. 점원들이 무지하게 일본어를 잘 하는 참...재미없는 집 ㅠㅠ 좁은 계단을 3층까지 오르게 되있는 것이 문득, 명동교자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어쩔땐 명동교자도 한국손님보다 관광객 손님이 더 많고,여러가지로 참 비슷하잖아.

 

타이완 맥주는 일본맥주보다 밍밍하다고 했다. 가구가락 이라고 쓰는 코카콜라의 맛은 당연 똑같았다.

이런 단순한거 진짜 맛있다. 공심채? 라는 나물, 다진마늘에 오일이랑 소금만 쳐서 볶은거 같다. 우리가 샤오롱빠오랑 새우 볶음밥을 시키고 이 나물도 시키니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작은걸로 해드릴게요. 라고 배려해준 직원이 너무 착하다!!! 생각했다. 이럴땐 또 일본말 통하는게 좋네 아유 간사해라.

가게를 뒤로하고. 찰칵. 정면에 보이는 점원언니의 다리를 보라. 타이완 아가씨들은 왜 다들 홀쭉홀쭉하고 왜 다리가 가슴께 부터 뻗어있고 종아리에 왜'알'이 없어??

영강가는 음.. 뭐랄까? 우리나라로 치면 뭐지? 호적한 공원도 있고, 여러 체인점도 많지만 지저분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고 세련된 카페도 있고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고 ..

어째튼, 밥먹을 때 하도 일본어를 듣는 바람에 타이완에 온 걸 다시 상기시키고 싶은 욕구에 휩싸였다. 그래서 가이드북을 굳게 접고! 마음 가는데로 영강가를 누비기로 했다. 식후의 커피는 가이드북이 모르는데로 몰래 가야겠어.

 

어느 골목을 접어들자 Art cafe JOY -> 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화살표를 따라 길을 꺽자 꽁꽁 잠긴 나무 문이 보였다. 메뉴판이 나와 있지 않았다면 장사하는 곳인지도 모를뻔했다. 커피가 타이완 돈으로 210원이면 여기 치고는 비싼 편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꼭 들어가 보고 싶었다! 케이타는 안절부절 하면서 우리 스타벅스에 가는게 낫지않을까? 하고 벌벌 떨었다. 나는 이 한마디로 케이타를 안심시켰다.'나 한국사람이잖아. 괜찮아.!" 말한 본인이 뭔 말인지 잘 몰랐지만 케이타는 또 그말에 안심했다. 무슨 상황이야?.

문을 연 순간 영강가에서 내가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와우!!와우!!!! 

 

하지만, 자리에 앉기까지 우린 좀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왜 art cafe 인가 했더니 미술품이나 디자인품을 작가들에게 위탁받아 전시와 판매를 함께하는 카페였다. 그렇다고 화랑의 느낌은 아니였고 마치 카페를 둘러 싼 인테리어 처럼 활용 되어있었다.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미술품을 보러 오셨어요? 아니면 차를 하시러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차를 마시지 않아도 미술품을 공짜로 보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인이란 걸 뒤 늦게 알고 영어로. 그것도 무지하게 유창한 영어로 타이완 언니가 물어왔다.
우린 차를 마시러 왔다고 간단히 말하자, 친절한 아가씨가 미술품도 공짜니까 보라는 호의의 영어를 우린 또 엄청 시간이 걸려서 이해했다. 아.. 자리에 앉기까지 엄청난 시간이..ㅋ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내가 짧은 중국어로 열심히 말하자, 감복받은 타이완 언니가  친절히 가게에 대해 말해 주었다.
가게 오너가 찍은 타이완 야경 사진에 대해서.
타이완의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들에 대해서.
와인 코르크들로 만든 귀여운 재털이에 대해서.
서로의 영어 발음이 잘 안들려 손으로 써가면서 중국어 몇마디도 배우고 .
우린 30분이 넘게 아주 열심히 대화했다.
아...외국여행... 이런 맛이지!!! 하고 소소한 감동을 맛보고 있었다.
그 순간 잊혀져 가고 있는 한 존재. 핸드폰 줄 처럼 따라 온 케이타를 생각해 내곤 옆을 돌아봤다. 의외로 케이타는 혼자 좋아서 헤죽헤죽 흥분 상태에 있었다.

가게에 들어 와. 단 한마디도 안 하는 ...아니 거슬러 올라가서 샤오롱빠오 가게에서도 택시안에서도 길거리에서도 타이완에 온 이후로 타이완 사람이랑 단 한마디도 주고 받지 않는 케이타는 줄 곧 나를 통해 대리만족 하면서 상당히 즐거워 하고 있던 것이다.

때마침, 타이완은 파랄림픽(장애우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어서 타이페이 시내에 외국인들이 많았다.특히 우리가 투숙한 호텔에 수화로 대화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와 있었다.

영강가에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나는 케이타에게 충고했다.
케이타야, 너 타이완에 파랄림픽 출전하러 온 선수같애. 말 좀 해. 
케이타는 먼 산을 쳐다보는 척했고 나는 이 똑같은 말로 타이완에 있는 동안 몇번 이나 반복해서 핀잔을 줬다. 그때마다 둘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 후로도 케이타는 타이완을 떠나는 순간까지 '쎼쎼' 단 한마디로 지냈고
내가 말해 보라고 떠밀면 샐죽샐죽 어..어..하고 입만 움직이면서 할말을 찾다가 결국 내가 해결해 버리곤 했다. 후후 이게 재밌어서 매번 난 떠밀었지만~

 

 

타이완 언니는 쿠키를 서비스 해 주었다. 호두가 팍팍 박힌 따뜻한 쿠키였다.
배부른데도 둘이 허겁지겁 먹었다. 다 먹은 케이타가 웃음끼 없는 얼굴로
"또 달라그래." 라고 해서  나에게 머릴 맞았다. 니가해 임마.
아..아니.그런문제가 아니라  그런말을 어떻게 해!

타이완 언니는 또 가게 앞까지 택시를 불러주고 기사에게 우릴 지하철 역까지 부탁해 주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안 보일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시 타이완에 가면 꼭 다시 가봐야지. JOY 내 이름을 알려 줬는데 기억해 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