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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09-09-25 셋째날 맛사지,극품헌,원주민박물관,담수

by Previous Dong히 2023. 11. 13.

오기 전에 타이완 친구가 가르쳐준 '6성집'이란 맛사지 가게 위치를 홈페이지에서 프린트 했다.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지도를 보여주면서 "쩌리~" 여기요. 아저씨가 오케, 나는 쎼쎼. 아 중국어 맛들였다. 나 천잰가봐!! 아하하하.

6성집 맛사지 가게는 일단 세련된 인테리어에 진짜 타이완 사람들이 찾아주는 곳이다. 보통 가이드북에서 소개하거나 여행사 사람들이 소개하는 지저분하고 그닥 싸지도 않은 맛사지집은 '외국인'을 봉으로 아는 장삿집이다. 사진만 봐도. 90년대로 타임슬립 한거 같은 실내. 다들 타이완이 다 그렇지 뭐 하고 크나큰 오해를 하고 군말없이 가는 모양인데 여긴 아니다!

어깨,발,등 세트를 주문하고 맛있는 차를 마시며 잠시 대기했다.

 

짜잔~~ 1층 실내의 전경. 일단, 저 앉은뱅이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빙글 하고 90도 의자를 돌리면 족욕탕이 발치에 오게 된다. 뜨시게 족욕을 하면서 어깨 맛사지를 받는다.

 

어깨가 끝나고 2층으로 이동했다.

2층에서는 안락한 체어에 누워 발 맛사지를 받는다. 종아리를 알프레도 해주셨다. 알을 풀어주셨다. 체어에는 케이블 완비의 작은 TV가 달려있었으나 중국어를 모르니 50개 가까이 되는 채널을 미친듯이 돌리고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타이완 TV도 광고, 버라이어티가 세련되서 눈이 즐겁다. 

발 맛사지가 끝나고 또 어딜 데려간다길래 " 싼 로?"  3층? 이라고 내가 말했더니,  나의 맛사지사 중국아주머니가 (정말 너무 귀엽고 순박했다.) 중국어 하는게 좋으셨는지 쑥쓰럽게 웃으시면서 그렇다고 했다.

이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1층입니다." 뭐 이런식의 안내방송을 할때 외웠다. 로비로 가면 " 이 로" 식당으로 가면 " 얼 로 " 우리 방으로 가면 " 쓰 싼 로" 이러길래 아 ~ ' ' 라는게 ~층 이란 말이구나. 알아듣고 대충 써 본거다. 아니이런. 근데 맞았네? 나 천잰가봐 우화화화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중국어를 준비 못했다.
"아프다"라는건 뭐라 그러는거야? ㅠㅠ
3층의 커플 침대실에가서 맛사지를 받는데 등이 부숴저라 문디시는거. 아파죽갔구먼 미안해서..
말도 못하고 ㅠㅠ 몇번 일본어로 아프다고 했는데 말할땐 약해지다가 다시 힘을 회복하신다.
아아아아아아아~~~

마지막으로 날 맛사지해 준 순박한 미순언니와 (명찰에 한문으로 미순이라고 적혀있었다.) 사진을 박았다. 케이타의 맛사지를 맡아 준 남자분이 나보고 "유어 프리티"라 해서 나에게 점수를 잔뜩 따셨는데 애석하게 병이 있으셨다. 이 사진말고도 5장을 찍어 주셨는데 한결같이 흔드셨네?

70분의 맛사지를 끝내고 우린 걸어서 역을 찾아가기로 했다. 근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거!! 그래서 근처 호텔의 벨보이에게 내가 실력 좀 발휘해 봤다. "쩌리 쓰 나~리?" 여기가 어디에요? 내말은 이해했는데 이 벨보이, 나에게 설명해 주는게
막막했는지 호텔안에 일본어가 되는 사람에게 인도해 주려는 듯 호텔 안쪽을 가르켰다.

그 호텔 로비에서 어느 남자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마중 나왔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 이마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게 아닌가!!  헉!!! 나도 모르게 " 나니 고레!! ("이게 무냐!!!)하고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아...난 급할때 일본어 하는구나 왠지 슬프다 ㅠㅠ.) 이어서 뒤따라 온 케이타의 이마에 대고 그 남자는 다시 총을 겨눴다. 삐! 하는 전자음과 함께 작은 액정에 체온이 측정됬다. 순간, 우리 인플루엔자 안 걸렸구나 하는 안도감이 일면서 상황이 정리됬다.

아저씨가 생각보다 내가 너무 놀라서 미안하다고 하는거 같앴다. 우리는 , 아니 나는, 그 아저씨에게 중국어와 영어를 뒤섞어 지하철 역을 알아냈다. 그리고 역을 향해 걷던 도중 케이타의 사탕발림에 택시를 타버렸다. ㅠㅠ

우리가 향한 곳은 샹하이요리 '극품헌!'極品軒 타이완에서 타이완 서민요리에 마음을 다 주지못하고 미안하게도 제일 입에 맞았던건 샹하이 요리였다. ㅠㅠ 케이타가 이왕 이렇게 된거 샹하이 요리를 확 작정하고 먹을래? 해서 이 가게를 지난 밤 급하게 스케쥴에 넣었다.아 또 사탕발림에 넘어간..ㅠㅠ

 

김 같은게 잔뜩 들어간 국수도 시키고 (사진에서 짤림)
파인애플과 마요네즈를 버무린 새우튀김과 (꿈에도 그리던)동파육이 왔다.!!

 

 

아주 달고 단 장조림 소스에 보쌈고기를 조린 맛이라고나 할까? 고기,비게,간장,설탕,내가 좋아하는 모든 구성이다. 

 

 

(공기)빵이가 벙어리장갑처럼 입을 벌려주면 육(肉)이는 몸을 움츠려 그 곳에 숨었다. 둘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본능에 가까웠다. 너무나 소중한 것은 소유해 버린 순간 잃어버리는 두려움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빵이와 육이는 두려워했다.둘은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완벽에 도달시키기 위한 아주 소중한..
그렇다!!! 동파육을 빵에 싸서 먹는 동안 케이타와 나는 질질 눈물을 흘린것이다.

돈 좀 쓰고 식당에서 나와 228공원을 통과했다.;;;
정말 지하철을 타려고 가로질러 통과했다. 공원을 걸으면서 ,
케이타야 여기  228공원이라고 좀 유명한데야. 
뭐하는 덴데?
2월 28일을 기리는 공원이야.
그날 뭔일이 있었는데?
..글쎄?.
-라는 덤앤더머 대화를 나눴다.

 

오후에 목적한 곳이 이 원주민 박물관. 길 건너에는 그 유명한 세계 4대 박물관 '고궁박물관'이 있었지만 우린 콧방귀를 뀌며 원주민 박물관을 향했다. 대형 관광버스 십여대로 '고궁박물관'입구가 점령당하고 암튼 복작복작 뜨거웠는데 정말 신호등을 하나 건넌 이 곳 3층짜리 건물에는 관람객이 우리 둘 뿐이었다.

깨끗하고, 최신식에 정성들인 전시였다. 박물관에서 말레이시아 괌 뉴질랜드등에 확산되 있는 원주민들의 뿌리는 타이완이라는 설을 들었다. 그런 중요한 토지의 원주민들의 문화가.. 중화문화에 잠식당하고 보호받지 못했던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일제치하때도 중화권 한족에겐 일본이 이것저것 챙겨줘서 지금의 친일 분위기를 얻었는지는 몰라도 타이완 원주민들에겐 못할 짓 많이하고 대접 안해줬다고..

전시를 다 관람하고 원주민들의 예술성을 엿볼수있는 뱃머리 문양이 새겨진 포스트카드를 샀다. 그리고 예쁜 담수가 찍힌 엽서도 샀다. 더 갖고 싶었는데 진열대에 한 장 밖에 없었다. 판매하는 아가씨에게 "메이여우 쯔이꺼?" 이거 없어요? 그랬더니 "쏘리, 라스트" 나는 쎼쎼. 나 천잰가봐 우화화화화.

박물관을 나와 우린 용기내서 버스도 탔다. 내가 버스타고 지하철 역 가자!! 하고 용기를 내자 케이타는 그래!! 택시타자!!
해서 한대 맞았다. 타이완 가기전에 내가 소매치기나 위생문제에 대해 별별 걱정할 땐. 나만 믿어!! 이랬던 놈이. 타이완에 오니 꿔다 논 보릿자루에 신선놀음에 땡깡에 하여간 가지가지.

난, 여기서 첫 버스를 탔던 기억을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버스 정거장은 찾았는데 몇번인지 몰라 근처 중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다들 뒷걸음질 쳤지만 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 지엔 윤짠~ 왓 넘버?" 지하철 몇번이니.? 물었더니 255번 표지판을 손가락으로 가르쳐 줬다. "도 샤우 치엔?" 얼마야?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15를 표시해 줬다. 싸기도 하지.....

255번 버스가 속공으로 왔다. 아까 버스 번호를 가르쳐줬던 중학생들도 그 버스 였던 눈치다. 난 얘들이 타면 돈 내는거 흉내내서 낼 생각으로 엉덩이를 뺐는데. 이 착한 아가들, 사양하면서 먼저 타라고 계속 양보다. 아아.. 동방은 예의의 지국이라! 그라고라! 내가 극구 사양하니 그제서야 미안해하며 아가들이 줄줄이 탔다. 어? 돈 안내내? 우리도 흉내내서 슥 올라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옆을 보니 약수시장에서 언제 스친적이 있지 않았나.. 싶을정도로 진짜 한국 아줌마 같은 아줌마가 앉아 계셨다. 내가 손에 있는 30원을 펴 보이면서 " 찌엔 .. 나.리?" 돈..어디?? 그니까 내말은 돈 어디다 내요? 물어봤다. 아줌마.. "돈"은 알아듣고 "어디"는 못알아들으셨다. 나한테 버스는 15엔이야. 너 아주 많이 갖고있어. 계속 가격 말씀하신다. "쯔이끄 량끄." 이거 두명분~ 내가 말하자 아줌마가 응~ 그랬어? 이런 뉘앙스로 날 기특하다고 칭찬해줬다.

그 때 고등학생들이 우루루루루루 올라탔다.아줌마와 나를 가로 막고 말았다. 차례차례 버스가 정거장을 지나치는데 어디서 내려야 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건물들이 불어나고 시내 분위기가 풍기는데 역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때 바글바글 한 학생들 틈을 뚫고 아줌마가 내 손을 끄셨다. "쩌리 !$#$$%$%$%" 길게 다급히 말씀하신다. 응? 여기라구!!???

 

난 어디서 내린다구 말도 안했는데 아줌마가 여기가 역이라고 급한 몸짓을 지으셨다. 우린 북새통을 뚫고 허둥지둥 내렸다. 내리고 보니 표지판에 역이라고 써있었다. 우린 너무 너무 고마워서 버스 안에 있는 아줌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창 안쪽에 우리처럼 손을 흔들면서 인사 할 줄 알았던 아줌마의 표정이 긴박했다. 응 뭐지?? 케이타와 나는 열심히 메세지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아...

 

필사적인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역 쪽을 계속 찌르고 있었다.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우리 길 잃어먹을까봐 끝까지 방향을 가르쳐 주시고 계시는거다. 우리..그렇게 바보 아닌데.. 너무 감동해서 케이타두 나두 눈이 그렁그렁 해 졌다.

 

하여간.. .. 세상 모든 엄마들이란..ㅠㅠ

감동먹고 갈아탄 지하철에서 케이타는 바로 목을 꺽으시고 말았다.
(꿔다 논 보릿자루+신선놀음+땡깡+부실한 몸뚱아리 추가다.)

담수에 도착해 부리나케 택시를 잡아탔다. 맘이 너무 급했다.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양을 위한 담수 이기 때문에 해가 꼴딱 넘어가 버리면 의미가 없는거다. 우리가 뒷자석에서 초조해 하는 대화를 느끼셨는지 타이완 택시기사 아저씨 또 미친듯이 악셀을 밟아 주셨다. 그래서 총알처럼 담수 그 다리..(아 이름 까묵었네)에 도착했다. 아저씨 너무 감사 ㅠㅠ

 

바닷바람을 쐬며 내가 시샤모 튀김을 사왔다. 먹을 때마다 죄책감 들게하는 알 밴 시샤모는.. 왜 이렇게 맛있는거냐.

 


다시 35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타이페이역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타피오카를 입에 달고 있었더니 배가 안 꺼져 잠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타이페이 지하상가를 발견! 아아.. 미안해 케이타!! 너가 지겨워하는 쇼핑을 좀 해야겠어!!! 난 케이타를 내 팽개치고 지하상가를 삼키듯이 탐험했다.

나는 여기가 타이완인지 어딘지 따윈 홀랑 잊어버리고 중국어를 심하게 능숙히 쓰면서 이게 어제 오늘 일이냐는 듯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줄 타이완 지도 박힌 키 홀더와(심지어 1원이 박혀있었다.) 악세사리를 구입하고 한국산 플랫슈즈가 즐비한 구두가게에 들어가서 내 사이즈인 듯한 신을 신어보고 점원을 불렀다.
" 워 야 쯔이끄" 나 이거 주세요
(사이즌 괜찮아요?) 라고 한듯
"하오. 메콴시" 좋아요. 괜찮아요.
(상자에 담아 줄까요?)
"음.... 부 용. 도 샤우 치엔" 음... 필요없어요. 얼마에요?
(390원 이에요)
" 쯔이끄 쓰 타이완?" 이 신발 타이완 거에요?
(네 이건 타이완에서 만든거에요)
"하오. 쎼쎼" 좋아요. 고마워요.

이번엔 나 천잰가봐! 이런 감탄도 안하고 너무 아무렇지 않게 중국어를 폭발시키는 나를 보면서 케이타가 숨이 멎을듯이 놀라워했다.움화화화화 봤냐!!
나 이런 여자야~

밥 먹으러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의 푸드코트에서도
"메이여우 딴자이민?" 딴자이민 없어요?
먹고싶 은걸 물어서 찾아 먹고 있다.봤냐? 이 적응력! 움화화화화 

움화화화화화화.
움화화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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