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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12-12-30 미국에서 온 여행 고수

by Previous Dong히 2024. 11. 20.

블로그를 계속 한 지 5년 정도 지났을 때 즈음, 한 낱 인터넷 페이지에 지나지 않던 것이 내 인생에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처음은 Agave언니를 도쿄에서 만나면서 부터였다. 이십대 유행처럼 번졌던 벙개도 해 봤고 정팅도 해 봤지만 블로그에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보는 건 뭔가 달랐다.  지금까지는 없던 획기적인 네트워크의 첫 출발이었다. 왜냐면 Agave언니는 이제 내게 더 없이 훌륭한 조언자이고 소속된 이글루스의 (나에겐 어떤 단체나 그룹같은 동질감을 준다.) 단짝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멩코를 만났다. 한 참을 서로의 이글루스로 소통하다가 여행 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1년  후에 혼자 여행 온 멩코와 하루종일 도쿄를 누볐다.

 

다음 켠도 알게 되고 미니도 만났다. 매우 깊게 알게 되었다. 이젠 블로그가 중요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꼬박꼬박 보내주던 멩코가 미국에서도 잊지않고 카드를 보내줬고, 나랑 하루종일 놀자고 마음 먹고 잠깐 뜸했던 도쿄에 다시 찾아와주었다. 게다가 일본어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나를 깜짝 놀래켜 주겠다며 도쿄를 샅샅히 조사해 온 것이다! 조금 기대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현지인을 깜놀시킬 줄 몰랐다. 하하핫.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그녀의 정보력과 천재적인 여행실력에 나는 그 날 하루종일 거꾸로 신이나서 따라다녔다.

긴자에서 만나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서로의 이야기는 링크 새글에 노출될 대로 되어 있지만 그래도 할 말이 끊이질 않았다. 수면 위를 아니까 더욱 더 할 말이 많았던 히든 스토리. 백조처럼 유유히 굴려면 얼마나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오리발 저어야 하는 지. 그걸 들려 줄 사람을 만났다는 게 서로한텐 미치도록 신나는 일이었다.
오모테산도 브루타뉴에서 프랑스 향토요리 갈레트 (빵처럼 생긴거 아니고 소바가루로 만든 크레이프 같은 반죽에 달걀이나 시금치 베이컨 등을 싸 먹는 식사)를 먹었다. 진짜 잘생긴 직원이 문을 화알짝 열어 줬다. 고속도로만 쫙쫙 뻗은 미국 시골에서 처박혀 공부만 하고 있다는 멩코는 안구 정화를 실컷 하겠다며 ㅋ 매우 즐거워했다. ㅋ 프랑스 점원이 영어하는 멩코를 만난 게 반가웠는지 엄청 길게 쏼라쏼라 설명하면서 메뉴를 내 밀었는데. 나한텐 소심하게 짧은 일본어 몇 마디만 해 줬다. 칫.. ㅋㅋ 
사실 여기는  일본친구가 가르쳐 줘서 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덴데! 단번에 브루타뉴 가고 싶다고 말한 그녀의 정보력에 진짜 놀랐다. 오오- 오오- 맛도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ㅠㅠ
 

늘 사던 긴자의 양갱집이 연말이라 예약이 꽉 차서 생산할 수 없다 했단다. 그래서 그녀가 찾아 낸 오모테산도의 HIGASHIYA. 알고보니 나도 본 적있는 저 유명한 케이스! 도쿄출신에 역사도 유구한 무엇보다 케이스 등등의 디자인이 우월한 전통과자집이었다. 현지인 두번째 떡실신.

나무케이스에 (이건 별도판매) 가죽끈으로 포장해 준다. 박스면 박스 주머니면 주머니 심플하고 정갈하고 내추럴 모드 쩔었다. 나도 덩달아 모나카 한 개 사 봤다. 주머니에서 돈이 절로 나와. 그 다음날 케군의 이종사촌을 만날 일이 있어서 히가시야의 모나카를 선물해 줬다. 그 자리에 있던 일본사람들이 다들 케이스며 모양이 너무 오샤레하다며 어디냐고 꼬치꼬치 물어서 홈페이지를 가르쳐줬다. 양갱집 토라야밖에 모른다며 이런데가 있냐며 일본애들도 떡실신 ㅋ (여러분 저거 일본거임ㅋ 게다가 미국에서 온 애가 가르쳐 준거라구.ㅎ)

 

세번째 현지인 떡실신은   커피를 좋아하는 멩코가 뉴욕에서도 카페를 다 뒤져 다녔기 때문에 도쿄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카페발굴이다. 홈페이지를 하나 주길래 거기있는 약도를 따라 오모테산도의 조용한 주택가로 들어섰다. 너무 조용해;;; 과연 카페가.. 나타날 것인가;; 불안하던 중 매우 연식있어 보이는 목조가옥이 나타났다. 눈치채기 힘든 간판이 미음자로 꽂혀있다;;;  가끔 전통가옥을 개조

해서 만든 카페 가 본적이 있어서 그런덴가 보다..했는데.

내가 아는 레벨을 초월한 감성! 1평 정도 되는 카운터와 커피공방이 매우 낯익은 공간을 배경으로 세련 된 자세를 하고 있었다.  

컵에 끼워주는 오리지널 밴드. 이뻐서 집에 갖다놨다.

마지막에 저녁식사 정도는 나도 뭘 좀 안내해야 할 것 같아서 ㅎㅎㅎ 시부야 히카리에에 데려갔다. 교토양식이란 신 장르를 표방하는 깔끔한 정식집이었는데. 지난번에 켠이랑 우연히 들어갔다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에.일식과 양식의 교토스러운 조합이 있다는 컨셉.맛있었나요?

 

 

헤어지는 저녁시간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웃고 같이 열받아하고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했다. 블로그를 통해 오랫동안 알게 된 사람과 만나는 일은 횟수가 문제 되지 않는다.  댓글과 답글로 통했다면 처음보는 순간부터 반가움이란 감정이 생기더라. 그리고 처음 만났지만 처음 만난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예의를 차리거나 첫인상을 신경쓰며 필요이상 착한 척 하거나 내 교양수준을 들키지 않으려고 똑똑한 척 할 필요가 없다. 서로의 사정이나 서로의 편견과 선입견까지 알고 만나는 건 진짜 멋진일이다. 그렇다고 이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 있지만 확실히 통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이 만남은 분명 소중하고 귀하다.

집에 가는 길에 긴자에서 케잌을 사서 내 손에 들려주며 케군이랑 맛나게 먹으라고 챙겨줬다. 이제 가면 다시 또 언제 보려나. 일년에 한 번 보는 얼굴이라도 우린 언제보든 어제 본 사람처럼 만날 것 같다. 집에가서 아무생각없이 케잌을 한 입 베어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ㅋㅋㅋㅋㅋㅋ 황급히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 집에서도 이 케잌 대박이라며 떡실신했다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