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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13-01-09 케군의 한국여행기 Ver.7 -베니건스

by Previous Dong히 2024. 11. 21.

겨우겨우 한국행 티켓을 잡은 2박 3일은 최고기온 영하7도 최저기온 영하16도 맹위를 떨치던 수,목,금요일이였다. 지옥얼마에요? 호텔비까지 9만엔입니다. 여기요. 그럼 꽁꽁 다녀오세요. 

 

한국에 도착했다! 공항철도로 이동해서 아직 혹한을 모르는 케군은 좀 신이 났다! 이녀석 곧 닥칠 불행을 모르고.. 청춘차렷!

 

호텔은 을지로3가  안 쪽 골목에 자리잡고 있었다. 익숙한 가로등불이 지저분하게 쌓인 회색 빛 눈에 반사 된 동네 골목 정취가 너무 좋다. 흥분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동안, 케군은 추위가 혈관을 타고 올라오는게 느껴져서 진짜 무서웠다고 한다. 헐레벌떡 가고 있는 뒷모습 ㅋ 

 

2012년 11월에 새로생긴 써튼호텔의 깔끔한 모습. 명동에서 종로까지 호텔들이 마구마구 생기는구나. 우리 이대로 관광산업 잘 끌고 가보자. 

아침이 밝아왔다. 4층 창 밖의 설탕처럼 눈가루가 뒤덮인 옥상들이 보였고, 깜짝 놀란듯이 쳐 올라간 케군의 뻗친 머리가 인사를 했다. 오냐.
케군이 하룻밤 자고 일어나더니 지난 밤 기온을 까맣게 잊어버렸나 보다. 나갈채비를 하는 동안 땀을 좀 흘렸는지 셔츠에 베스트만 입고 배낭을 들쳐매고는, 잠바는.... 필요없지 않을까? -이랬다. 난 기가막혀 할 어이조차 상실해서. "어, 그래. 근데 혹시 모르니까 가져가보자." 사무적으로 말해줬다. 

 

 

 

밖에 나오자마자 얼른 오리털 잠바를 목까지 잠그고 허겁지겁 모자를 배낭에서 더듬어 끄집어내서 푹 눌러썼다.  왜? 잠바 필요없을 것 같대매!!!! ㅋㅋㅋㅋㅋ 두고 가재매?? ㅋㅋㅋㅋㅋ 박장대소를 했다.

 

서울역을 지나면서 왜놈에게 조선침략의 흔적도 보여줬다. 하지만 추워서  왜놈은 본체만체 뛰어갔다. 이봐! 이걸 보란말이야!

베니건스에 데려갔다. 너 몽테크리스토 알아? 쿠쿠 먹어본 적 없어? 

몽테크리스토를 먹여놨더니 케군이 한 마디했다. 오마에.. 도코데 싯따? (이녀석.. 여긴 어떻게 알았어?) 이것은 매우 엄청시레 맛있다는 뜻이다. 

엄마 병원 가는 길. 좀 시골이라고 기온이 더 떨어졌고, 눈이 소복한 그대로여서 기분이 한 층 썰렁했는지 케군이 모자에 모자를 더 눌러쓰며 벌벌 떨었다.

 

병원 로비에 있는 대형 난로에서 한 10분을 녹이고서야 병실에 들어섰다. 결혼하고 처음 보는 엄마는 착하게도 우릴 잘 알아보고 눈시울도 적시고 조그맣게 고개도 끄덕여줘서 너무 기뻤다. 케군은 요상한 발음으로 새해 폭 많이 바두세요. 라고 엄마에게 폭을 많이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