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어머니 친구분들과 시어머니가 놀러오셨다. 또 해물 부침개에 이번에는 비빔밥도 만들었다. 소고기를 양념해서 달달하게 볶은 고추장에 지난 밤 무쳐 둔 나물들이랑 두부도 튀겨서 넣어드렸다. 엄청난 양의 타르트, 롤케잌, 스시, 슈마이, 고기찐빵, 반찬, 샐러드, 센베이, 우메고부챠를 받았다.
시엄마: 내가 며느리 집에 친구들이랑 놀러간다니까 **상이 제 정신이냐고 진짜냐고 그랬어... (매우 의기소침한 목소리) 그리고 오늘 집을 나서는데 파파가 (시아빠) 당신 정말 가냐고. 그랬어 (의기소침..)
며느리집에 친구를 대동해서 놀러가는 일이 요즘세상에 진정으로 대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주위에서 걱정을 사신 모양이다. 마치 미친 게 아니냐는 표정들이었다고 ㅋ 히사카네상은 (대동 된 친구 본인이면서) 며느리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닐거라며 이건 오라고 한 게 아니라 거절을 못한 거겠지하며 까르르 하셨다.
정작 며느리의 본심은 워낙 조심스러운 시부모님이다 보니 오히려 감사 할 따름. 그리고 우리가 이런 대화를 직접 대 놓고 할 수 있는 건 진짜 껄끄럽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얼마전에 <우리집은 국제결혼 가족> 대충 이런 제목의 방송이 있었다. 어느 필리핀 부인이 츠키지 어시장에서 참치 도매업하는 집에 시집을 왔다. 우락부락한 남편을 보고 (당시 30대 중반인 남편. 그녀는 19세의 소녀) 첫 눈에 반해서 너무 멋있어서 엄청 쫒아다녔단다. 아무튼 결혼을 한 후 시아버님이 오랜 꿈이었던 스시집을 오픈했다. 츠키지에서 직영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가져다가 스시집을 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고. 뭐든지 가르쳐주고 뭐든지 응원해 준 시부모님은 필리핀 며느리를 홀스텝으로 맡겼다. 일본 문화 한 가운데에서 며느리의 역경과 시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는 일도 많았고 손님에게 혼나고 실수했지만 그럴때마다 시부모님이 괜찮다고 모르는 게 당연하다며 너는 너의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나쁜 소리 단 한 마디 들은 일이 없었더랬다. 며느리는 시부모님이 살아생전에도 돌아가신 후에도 은혜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일했다. 아버님의 꿈이었던 스시집을 이제는 자기가 주인이 되어 영업중이다. 매일매일 시부모님 묘를 돌보고 어머님이 가르쳐 준 요리를 하고 떠올리며 눈물을 짓는 모습이 나왔다.
고부간에 저럴 수도 있구나.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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