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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살이 나

2013-01-29 중국갔다가 유럽다녀 온 이야기 - 요코하마

by Previous Dong히 2024. 11. 25.

아키는 대학시절 제일 친했던 외국인학생이었다. 타이완 출신인 그녀와 나는 일본인에게 탄압당한 역사적 공통점과 (마치 우리가 실제 고문당한 사람들인마냥 울분을 토하곤 했다.) 또래나이에 일본인 남친이 있다는 점과 집이 가깝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들이 똑같아서 자주 만났다. 4학년 때는 두 세시까지 자다가 한 다섯시에 누구네 집에 가서 점심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밥을 먹고 뒹굴었다. 

타이완 이름이 촌시럽다며 결혼과 동시와 성과 이름을 전부 엎어버린 아키는 현재 요코하마에 살고 있다. 나는 약 1년만에 아키를 보러 가는 것 같다. 도쿄에서 요코하마까지 꽤 되는 거리지만 1년 전 아키는 서울 사당동에 날 만나러 왔었다.  족발을 먹었던 거 같다.

 

오늘은, 요코하마 차이나 타운의 몇 군데 없는 타이완 요리집을 찾아 타이완 향토요리를 먹었다. 어묵 들어있는 저 스프 타이페이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역시 맛있어. 타이완 사람이 왔다고 반가워 춘권이랑 디저트랑 마구 서비스 주셨다. 

 

차이나타운 끄트머리의 다리 하나를 건너면 모토마치에 닿는다.  중국에서 귀여운  유럽거리로 순간이동. 

대학 졸업 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정말이지 너무 급변하는 통에 어디부터 대화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결혼 후 아키가 큰 병에 걸린 이야기를 정신없이 했었다. 호르몬 병이었는데 눈이 툭 불거져 나오고 약 때문에 계속 체중이 불고 그 때문에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평생 약을 먹으며 사는 건 견딜 수 없고 무엇보다 얼굴이 망가지는 게 괴로워 꽤 위험한 수술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시댁이야기와 아키의 뱃 속에서 열심히 크고 있는 아기이야기. 처음에는 계획에 없던 아기라 엉엉 울었다고 한다. 호르몬 약을 끊은지 아직 4개월밖에 안 됐고,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앞이 깜깜해졌다고. 애기 이름을 애써 지어놨는데 시댁쪽 어떤 친적이 그 한자는 명이 짧다고 툭- 던진 한마디에 스팀 빡 올랐고 옆에서 그 친척분의 딸이. "어 맞어 내가 아는 사람도 그 한자 쓰는데 병 걸렸어" 라며 거들어서 아키는 그 이름은 포기했다. 그 이름을 지었다가 평생 저런 그지 같은 소릴 들을 자신 없고 진짜 병에 걸리거나 하면 이름 지은 사람 탓이 될 거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TV에 그 한자를 쓰는 사람이 나올때마다 저렇게 살아있다며 남편을 괴롭히고 있다고.

다시 유럽에서 중국으로 건너

 

미나토미라이 선을 타고 도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