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는 대학시절 제일 친했던 외국인학생이었다. 타이완 출신인 그녀와 나는 일본인에게 탄압당한 역사적 공통점과 (마치 우리가 실제 고문당한 사람들인마냥 울분을 토하곤 했다.) 또래나이에 일본인 남친이 있다는 점과 집이 가깝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들이 똑같아서 자주 만났다. 4학년 때는 두 세시까지 자다가 한 다섯시에 누구네 집에 가서 점심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밥을 먹고 뒹굴었다.
타이완 이름이 촌시럽다며 결혼과 동시와 성과 이름을 전부 엎어버린 아키는 현재 요코하마에 살고 있다. 나는 약 1년만에 아키를 보러 가는 것 같다. 도쿄에서 요코하마까지 꽤 되는 거리지만 1년 전 아키는 서울 사당동에 날 만나러 왔었다. 족발을 먹었던 거 같다.
오늘은, 요코하마 차이나 타운의 몇 군데 없는 타이완 요리집을 찾아 타이완 향토요리를 먹었다. 어묵 들어있는 저 스프 타이페이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역시 맛있어. 타이완 사람이 왔다고 반가워 춘권이랑 디저트랑 마구 서비스 주셨다.
차이나타운 끄트머리의 다리 하나를 건너면 모토마치에 닿는다. 중국에서 귀여운 유럽거리로 순간이동.
대학 졸업 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정말이지 너무 급변하는 통에 어디부터 대화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결혼 후 아키가 큰 병에 걸린 이야기를 정신없이 했었다. 호르몬 병이었는데 눈이 툭 불거져 나오고 약 때문에 계속 체중이 불고 그 때문에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평생 약을 먹으며 사는 건 견딜 수 없고 무엇보다 얼굴이 망가지는 게 괴로워 꽤 위험한 수술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시댁이야기와 아키의 뱃 속에서 열심히 크고 있는 아기이야기. 처음에는 계획에 없던 아기라 엉엉 울었다고 한다. 호르몬 약을 끊은지 아직 4개월밖에 안 됐고,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앞이 깜깜해졌다고. 애기 이름을 애써 지어놨는데 시댁쪽 어떤 친적이 그 한자는 명이 짧다고 툭- 던진 한마디에 스팀 빡 올랐고 옆에서 그 친척분의 딸이. "어 맞어 내가 아는 사람도 그 한자 쓰는데 병 걸렸어" 라며 거들어서 아키는 그 이름은 포기했다. 그 이름을 지었다가 평생 저런 그지 같은 소릴 들을 자신 없고 진짜 병에 걸리거나 하면 이름 지은 사람 탓이 될 거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TV에 그 한자를 쓰는 사람이 나올때마다 저렇게 살아있다며 남편을 괴롭히고 있다고.
다시 유럽에서 중국으로 건너
미나토미라이 선을 타고 도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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