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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나

2013-05-08 홋카이도 여행 첫째 날- 침대열차 카시오페아

by Previous Dong히 2024. 12. 21.

예전에 김원희가 사회 보는 케이블 방송(아마 맞수다였던거 같음!)에서 다산부부 VS 의도적으로 아기 안 낳는 부부하고 대결하는 편이 있었는데 (각자 더 잘났다고 자랑해서 이겨야 하는  프로임) 아이 많은 엄마들이 일도 많고 탈도 많지만 집 안의 그 화기애애함과 웃음보 터지는 매일매일을 어필했고.

 

아기 없는 아내들은 남편이랑 여행가고, 캠핑가고, 드라이브가고, 여행가고, 놀러가고, 해외가고  또 여행가고  바다보러가고 주구장창 저거였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스튜디오에 졸졸 나와서 엄마한테 편지읽고 사랑해요. 한 마디 하니까 온 엄마들 울음바다  판정단 감동의 물결. 애 없는 부부의 완전 KO패였다.

 

아무튼 아기가 없는 동안에 제일 좋은 건 여행이란는 반증이기도 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에겐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부지런히 할 일은 오로지 여행이 아닐까.

 

그래서 멀리멀리, 하기 힘든거 무려. 침대열차 카시오페아를 타고 밤새 달려가는 북해도 여행을 계획했다. 

 

도쿄와 홋카이도를 잇는 침대열차는 일본열도에 카시오페아와 북두성(호쿠토-세이) 단 두 종류이다. 그 중에 북두성이 비지니스 호텔이라면 카시오페아는 특급 관광호텔 느낌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는 노선과 걸리는 시간은 거의 똑같다. 북해도는 아시다시피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저 위의 섬인데 바다는 해저터널을 뚫고 (여길 달리는 건 심야 3시경) 지나간다.  

온다온다. 지금 보이는 쪽이 제일 뒷 칸에 해당한다. 역시- 이 서비스정신. 차장아저씨들 손을 들어 모자 부분에 각 잡고 경례한 채로 선로에 입장했다.  

 

다들 재벌도 아니고 평생 탈 일이 다섯 손가락에 들 귀한 경험일 것이다.

열차에 타자마자 마구 달려가서 구입해야 했던 것은 바로 이 샤워카드. 샤워는 공동으로 사용하고 전 열차에 2개 준비 되어 있고 30분에 한 명씩 이용할 수 있다. 시간을 쪼개니 하루에 총 30명 밖에 못 쓴다는 결론이 난다. 여보! 나 잘했지!
 

물론 각 룸마다 세면대에서 물이 콸콸 나오기때문에 얼굴을 씻거나 양치를 하는 건 전원이 문제없다. 아니면 아침에 씻어도 된다.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8명이 추가로 샤워할 수 있겟군.)

 

좁은 열차 안이기 때문에 빼곡히 수납해 놓았다. 진짜 머리 싸 매고 고민했을 거 같다. 세면대 조차도 마치 테이블처럼 접어서 밑에 좌변기를 사용할 수 있다. 위 거울을 열면 칫솔, 양치용 컵 등이 들어 있고

방 안에도 이렇게 거울. 그 밑에 텔레비젼이 있다. (네비게이터 기능도 있다.)

케군도 흥분상태. 동물 소리를 냈다. (으헉으헉.)

방에 돌아오니까 웰컴 드링크 서비스가 왔다. 이동 판매 서비스도 있다. 알콜이며 드링크 술안주를 데리고 다니는 승무원언니가 복도에 나타나면 방에 램프가 켜지면서 지금 지나가고 있다고 알려준다.

예약한 일본요리를 먹으러 레스토랑 칸으로 이동했다. 프렌치, 일식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프렌치 먹는 손님이랑 일식 먹는 손님을 눈 안 마주치게 몰아 넣어 주심 ㅋㅋ (프렌치가 비싸다) 세심하셔라 

 나는 낮잠 자는 습관도 없는데 낮에 몇 번이나 잠에 빠졌었다. 카시오페아는 신기하게 머리가 침대에 닿으면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기분좋게 흔들흔들- 온 몸에 미세한 레일의 진동이 전달 되면서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힘이 하나도 없는 싸구려 안마의자에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누우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눈을 감았더니 이 열차가 구름위로 날 데려다 놓는 중인 것 같은 환상이 일었다.

북해도를 달리고 있었다!

 

삿뽀로역에 도착. 아침 9시 30분 장장 17시간의 여정. 숙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