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ナンパ= 헌팅
회사에서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해 있는 장신의 비연.(176cm 가명,여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더니 욕 올라오는 아침의 경험담을 말해줬다. 집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나오는데 어떤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이윽고 시야를 가리면서 어깨를 통통 두드리길래 뭐지? 싶어 이어폰을 뽑았더랬다. 그랬더니
とこいくの?어디 가?
(반말로 난파를...) 회사 지각해요. 아 됐어요. 관심없어요. 필사적으로 거절하면서 가려는데 헤롱헤롱한 분위기로 어깨동무를 시도하면서 터치터치. 어쩌다보니 저지하려는 몸짓과 자꾸 접근하는 손이 허공에서 파닥파닥 크로스 하면서 거의 싸움질에 가까워졌다. 아 자꾸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거에요!!! 버럭 하고 몸을 틀었는데 제정신도 아닌 주제에 거기에 기분이 확 상했는지 ... 그 놈은 뒤에서 힘껐 치마를 재끼고 (아이스께끼....라니) 하고 튀었다. 로맨스가 아니라 변태색히였어...
아침 9시 길거리에서 내 치마를 들추고 뛰어가는 남자를 보며 장신의 비연이는 너무 기분이 드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불쌍해 하기보다 이게 낫겠다 싶어서 나는 깔깔 웃었다. 살짝 위로가 됐는지 "언니.. 나 확 한국 가 버릴까.. 했다니깐요.." 하면서 피식 웃었다.
도쿄에 변태는 왜 이렇게 많은지... 그렇다고 익숙해지진 않는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역겹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 꽤 오랫동안 우울한 여운을 겪게 된다. 나도 집에 가는 전철안에서 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흠칫 놀라 미친새끼를 두리번두리번 쫒으며 온몸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적도 있고 아예 입밖으로 아오! 진짜!! 이렇게 소릴 지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그게 난파였는지 변태였는지 아리송한 경험들도 몇 있다.
하루는 밤 11시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 한 남자가 줄을 섰다-고 생각했다. 기분나쁘게 희미한 웃음기를 띈 얼굴로 (얘도 반말로!!!) 어디 가? 집에 가? 이러고 접근하는데 짜증이 확.. 아 저 그런거 아니니까 죄송합니다. 됐어요. (난 뭔뜻으로 이런말을 했을까. 그런여자 아니에욬 이런 뜻인가? ㅋㅋ) 신사적으로 알아듣고 갈 일이지 포기를 안하는 거다. 신경 끄고 핸드폰을 들고... 딱히 할 게 없었던 나는 게임을 시작했다. 매너없고 키도작고 이상하게 웃는 얼굴을 한 그 남자는 게임을 훔쳐보면서 와~ 되게 잘한다. 이(지랄)러는 거다!!! 아 짜증나!! 핸드폰을 가방 안에 던진 후 째려보고 고갤 돌렸다. 이 남자는 난파였을까 변태였을까. 내 직감적으로 변태였을 것 같다. 큰 일을 잘 피했다고 생각했다.
시부야에서 퇴근해서 오는 케군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장을 말쑥히 차려입은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 온 적이 있었다. "저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M&M 초콜렛 봉지를 내 밀었다. "아.. 저 아닌데요?" 이러고 돌아서려는데 "사실은 이거 방금 제가 사온 거에요." 이랬다. 로맨틱하다고 감탄할만도 했을까? 하지만 때는 밤 11시. 게다가 거긴 시부야. 앞 뒤 정황도 안 보고 확 겁을 먹은 나는 뒷걸음질을 쳤고 혹시 어디가시냐고 묻는 남자에게 "알 거 없잖아요!!!!"하고 소리소릴 지르고 말았다. 이 남자는 난파일까 변태일까. 도망가서 다음 스토리가 없으니 나는 결국 정답을 알 수 없다.
이것도 옛날 일인데..(다 20대일이라 슬프구만!) 전철을 타고 케군이 기다리는 우에노역으로 가고 있었다. 옆에 앉은 큰 키와 호감가는 마스크의 백인남자가 지도를 들고 길을 물어왔다. 나는 되도 않는 영어로 우에노? 엄.. 엄브렐러.. 엄..뫅촤? 쥐금가도 뫅촤 갈아퇄쑤 있워~ 상냥하게 가르쳐 줬다. 백인남자는 나는 이태리에서 왔어. 여행중인데 너는 어디가니. 우리 좋은 프렌드로 지내보지 않을래. 이랬다. 오 쏘리~ 정말 기쁘지만 우에노 홈에 마이 보이프렌드가 웨이팅 하고 있어. 남자는 백인 특유의 유쾌한 제스처로 악수를 청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막 악수하고 웃으며 헤어졌다. 앤 절대 난파였을 것이다. 확신한다.
내 경험담을 다 듣고 비연이는 결론을 내렸다. "아 이제 알겠다. 비호감이면 변태고요, 훈남이면 난파였네요!" 그 말에 둘이 3초 멈췄다가 웃어제꼈다. 와... 우리 인성 무엇... 인성 들키니까 우리끼리만의 비밀이다.
"으하하하 근데 있지, 서른넘으니까 난파는 커녕 변태도 안 온다?" 내말에 비연이는 마우스 든 손으로 책상을 팡팡치면서 깔깔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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