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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

2011-01-28 피자 라볶이, 디지털 노스탤지어

by Previous Dong히 2023. 12. 19.

Y양이 우리집에서 자고 간 날.
기억을 더듬어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 팔던 '피자 떡볶이'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떡볶이 떡 입수에 대실패하고... 결국 저녁은 '피자 라볶이'로 둔갑했다.

 

늘 그렇지만 거의 밤이 새도록 수다가 터졌다. Y에게 트위터와 face book의 필요성과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메신저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그것들이 2000년도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  예전부터 왠만한 SNS와 메신저, 각종 커뮤티니는 전부 써 보고 살았다. Y는 그런 내가 무척이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내가 제일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사람과 이야기 했던 건 아마도.. 컬러도 아닌 모니터에 전화선을 넣다 뺐다 하는 키스 라는 통신이었던 듯 하이텔, 천리안 이란 것도 있었지. 아 이건 정말 리얼 90's

그리고 sky love로 '팸'이란 데서 놀기도 했고, 거기서 만난 여자 애와 처음으로 온라인상의 우정의 꽃피우며 첨단 정보를 공유하곤 했다. 그 때 그룹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놀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을 한다. sky love 채팅창에서 윈엠프를 이용 해 방송을 하기도 했는데 (아 내가 그랬어 ㅋㅋ) 요즘은 그걸 영상까지 가미 된 아프리카 방송이 대신 하는 것같다.

'아이 러브 스쿨'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쓸어 모아 동창회도 열고 한메일 카페를 만들어 고녀석들을 꽁꽁 묶어 두었다. 그덕분에 지금도 나의 초딩동창들은 무슨 일만 나면 달려 와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있다.

 

메신저라는 희귀한 문명과의 첫 만남은. ICQ다 ㅋ 이게 뭐야!! 하는 Y양. 아아..난  이게 왜 한국에서 보편화 되지 못했나 아쉽기만 하다. 지금 돌이켜 봐도 그 당시의 ICQ 메신저는 진짜 디자인면에서 우월했던 듯. 폰트나 스킨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도 글씨를 칠 때마다 오래된 타자기 두들기는 "탁탁탁탁" 소리가 짱이었다. 스페이스의 '칭~'하는 소리에 누가 말을 걸면 "아.오."하고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깜찍한 발성을 했다. 게다가 전세계 사람들과 다자간 채팅이 가능한 글로벌한 놈. (처음 일본여행을 가면서(2001년) ICQ로 만난 유학생과 도쿄에서 2:2로 벙개 했었지 ㅋㅋ
물론 그때 만난 그 친구들과도 아직도 10년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

아마 2002년부터 내가 싸이월드란 걸 개설했는데 그 당시엔 아직 sk의 컨텐츠가 아니었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 전엔 타블렛을 사서 포토샵으로 도트 아이콘을 만들고, 나모 웹에디터로 홈페이지를 열였던 기억이 난다.(내가 뭐라고!! ㅋ)

후엔 점점, 일본 친구들이 늘어가면서 MSN 음성채팅을 이용하게 됬고 참 한국에는 '버디버디'라는 신발에 날게 달린 메신저가 등장한 적도 있다. 이 버디버디는 '포트리스'를 기둥으로 '길드'라는 집단이 왕성해 지면서 급속하게 유저가 늘어 난 게 아닐까. 이런데에 둔한 Y마저도 버디버디는 알더라!! 그녀는 유일하게도 포트리스 만큼에는 청춘을 소비했다고 말했다. 난 '포'는 쏘지 않았지만, 버디와 msn은 동시에 접속하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 어찌저찌 네이트온이 한반도를 통일하고~ SNS는 한국인용 싸이월드, 세계인용(?) Face book 일본인용 Mixi.이렇게 세가지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많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통신'이란 것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 생각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 못지않게 어디에 있든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사람들과의 시작이 '온라인'을 통해 맺어진 경우가 무지무지 많다.  이런 '디지털'만남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하지만 가상공간이라도 진정으로 마음의 대화를 나누면 관계는 조금도 가볍지 않다.

보다시피 지금도 이 블로그를 통해, 실제 만남을 갖고 마음을 나눈 사람도 있고. 그녀가 도쿄를 떠날 때 진심으로 외로웠으니까. 아- 세상은 정말 변했나보다. 이렇게 따스하고 그리운 옛 추억들 구석구석에선 끊임없이 기계음이 흐르고 있다. 나 마저도 이런데 우리의 뒷 세대 또 그 뒤는 그러한 정겨움 뒤에 환한 액정화면은 기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