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여행을 가기로 한 김에 리코 CX3를 질렀다.하핫?
그래서 돈이 바닥난 나는 무조건 싼 여관으로 밀어부쳤다. 그런 나에게 벌을 주시듯 신은 '노천탕'이라는 건더기를 빼앗았다.그리고 혼잡한 주말을 피해 학교도 땡땡이 치고 평일에 놀러간 나를나무라시듯 2틀내내 비를 마구 내려 우리에게 갖은 시련을 주셨다.하지만 우리는 꿋꿋히 볼 거 보고 딩굴고 맛있는거 먹고 배뚜둘기며 돌아왔다.
도착 하자마자 유명한 호수 [츄젠지코]를 향해 버스를 타고 40분을 산으로 올라갔는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너무 추워서 일단 밥을 먹기로 했다.
오늘의 애물단지 케이타는 글쎄.
7부 소매의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닛꼬 역에 도착해서 점퍼를 꺼내 입으려니까 가방안에 있어야 할게 없는거다. "난 괜찮아." 하고 참는다고 했지만 오들오들 떨고있는걸 보는 내가 너무 괴로워서 밥 집 아저씨에게 여쭈어 봤다.
그랬더니, 이 근처에 옷 집은 없는데 낚시 용품을 파는 아는 가게에 전화를 해주셔서 바람막이 정도의 옷이라면 있다고 알려주셨다. 케이타는 반사적으로 "아-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했지만 나는 위치까지 꼼꼼히 적었다.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는 등 뒤로 가게 아주머니가 "아가씨. 아가씨!" 하고 다급하게 부르셔서 돌아보니까 붙어있는 살림집에서 코발트색 니트티를 꺼내 나한테 내미셨다.
"이거 안입는 건데 가져갈래요? 목에도 두르고, 등에도 덮으면 좀 나아요. 역에다 버려도 되니까."
"어머, 아줌마 너무 고마워요. 근데 옷 필요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서.."
"아- 신랑이었어? (신랑 아니지만) 그래도 아가씨도 따뜻하게 이거 가져가."
이래서 나는 눈물을 찔끔 찔끔 하며 코발트색 니트를 받아왔다. 가게에서 나와 보풀이 잔뜩 나 있고 정면에는 하얀 진주도 달린 니트를 좋아라 입었다. "이렇게 따뜻할 수가!!!! 미안해!! 나만 더욱 따뜻해 지고 말았어!! "
어쨌튼, 싫다는 케이타를 끌고 15분 비바람을 헤치고 낚시가게를 찾아서 2700엔이나 주고 비닐을 여매놓은 것 같은 잠바를 사서 입혔다. 초등학생처럼 징징 댈땐 언제고 입혀놓으니 케이타는 '후끈'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헉헉.. 난 진이 빠졌어)
(아아. 날씨가 너무 흐려서 호수인지 저수지 인지 .. 감흥이 없었다.ㅠㅠ)
그리고 폭포를 보러 갔다. 장관이었다. 리코의 cx3도 자연의 웅장함만은 채 담을 수 없었다.
웃도리를 입혀 놔서 상체를 만족시킨 케이타는 이번엔 신발에 물이 들어간다고 (고작 물이 들어갔다고!!) 징징 대기 시작했다.
"이거 봐 여기 구멍 보이지? 여기도. 이쪽에 아 이젠...앞에."
" 응, 보여. (엄마 보고) 어쩌라고."
급기야 얘는 까치발로 걸어다니기까지 했다.
나는 그 다음날 집에 갈 때까지 생각 날때마다
"이고바. 요기 물 들어가쪄. 싱발에 물 둘어가쪄~" 라고 흉내내면서 놀려줬다.
(그 때마다 케이타는 되게 옛일을 회상하는 얼굴을 하며 깔깔 대고 웃었다,)
그리고 이튿날에 비닐 봉지를 얻어와서 케이타 발에 한 장씩 뒤집어 씌우고 피가 안통할정도로 꽁꽁 묶어서 신발을 신겼다.
케이타가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걸 보면서 아들을 키우는 심정이 들었다. ㅠㅠ
여관은 저렴했지만 서비스가 좋았고 무엇보다 메인 이벤트인 식사가 대만족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밥이다 밥!!! 일어나 케이타 !! 밥이다!!
아아. 이틀째 천국이다 천국이야.
목적달성을 했으니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진 나는 세계유산 두개를 후딱후딱 보기로 했다.
이건 일본의 국보로까지 지정된 잠자는 고양이인데
소문보다 너무 작아서 격하게 줌을 해 찍어냈다.
(아무리 봐도 잠자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근처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먹은 유바 스파게티.
닛꼬는 두유를 끓일때 표면에 생기는 엷은 막인 '유바'가 유명한 토산물인데 (저 토사물이라고 오타냈다가 놀래서 지웠어요 악.) 두유맛이라기 보다는 삶은 계란이나 곤약 같았다.
난 일본 어떤 온천에 가도 파는 '만쥬'(찐빵같은 반죽에 팥이 들어간 것)를 무척 싫어하는데 닛꼬에 유바를 이용해서 겉을 바삭하게 튀긴 이 만쥬는 달랐다. 신세계!!
마지막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든지 하겠다고 설치는 여자와
관심없는 척 하면서 카메라 들이대면 의식하는 남자.
참, 진짜 마지막으로
그날 여행으로 쫄딱 비를 맞은 가방 때문에 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죽었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바꿨다!!! 아하하하하!!
급작스럽게 핸드폰이 고장났는데 히죽히죽 웃고 있는 나를 케이타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어머! 어떻게 해 핸드폰이 고장이 났네~ 아하하하하"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연애하던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07-05 만난지 3년 (0) | 2023.12.18 |
---|---|
2010-06-20 주말 (0) | 2023.12.18 |
2010-04-19 오늘의 대화 (0) | 2023.12.03 |
2010-04-13 도키와타이라 사쿠라축제 - 하나미 동네편 (0) | 2023.12.02 |
2010-03-31 남자 패션에 대한 아쉬움 (2) | 2023.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