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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던 나

2010-06-20 주말

by Previous Dong히 2023. 12. 18.

토요일. 시부야에 있는 '오조리'에서 한국음식을 먹음. 종업원이 한복을 입고 있는 점이랑 색동무늬의 의자 커버가 좋았다.
잡채덮밥을 처음 시켜 봤는데. 짜장소스를 얹어 주어서 흠칫했다. 잡채 덮밥이란 이런 음식이었어?
월드컵 일본경기가 있는 날 시부야에 온 것을 후회했지만 반대로 경기가 끝나기 전에 얼른 지하철을 타니 전철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yoritsuki 라는 어플을 무료로 다운 받았다. 문풍지의 무늬를 갈아끼운다거나 밤과 낮을 바꾸고, 방석 색이랑
탁자색을 바꾸고 문을 열였다 닫았다 할 수 있다.

이 어플의 즐거움을 말 할 것 같으면,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릴없이 멍 때리는 것?

요즘 여기에 푹 빠진 나를 볼 때마다 케이타는 자꾸 아이폰을 뺐어서 이게 뭐가 재밌어? 어디가 그렇게 재밌어? 뭐 하는 거지? 하면서 난폭하게 방석을 갈아 끼었다가 문풍지를 닫았다가 열었다가 해댔다.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거야.

 

한국에 사는 피붙이처럼 친한 언니가 여름이니까 티 몇장 보내줄게. 하더니 나시 6장에 티셔츠만 10장을 보내 왔다.
눈물나게 고마웠으나 한편으로 학교가서 타이완 애들한테 장사나 할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한국 옷이라면 그냥도 넘어가는데 실루엣이 너무 이뻐서 아마 자지러 질 듯.

일요일. 저녁식사 치고는 좀 이른시간에 너무 인도카레가 먹고 싶어서 가까운 카레집에 갔다. 뭔가 조용하다 싶긴 했는데 문을 열었더니 인도 아저씨가 의자 위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전화해서 깨울까라는 잔인한 생각도 했지만 조용히 문을 닫고 우동집으로 갔다. 

 

우동먹고 카스타드 슈크림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케이타는 순식간에 낮잠이 들었다.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나 미용실 갔다 올게"하고 속삭였더니 내 머리채를 덥썩 잡고 놀아 주지도 않을 거면서 가지도 못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