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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살이 나

2012-12-29 어머님의 생일파티 그리고 추억의 비디오

by Previous Dong히 2024. 11. 20.

생일이라고 모이게 만드는건 자식들한테 미안했지 내심 크리스마스에 왁자지껄 파티는 하고 싶으셨던 어머님. 

 점수 따고 싶었던 동서와 나.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두 아들.  자식들이 모여서 한 테이블에 둘러 앉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인 아버님과 할머님! 동상이몽. 그러나 모두가 윈윈이었던  이 날의 파티는 나베로 시작했다.

 

케잌가게에서 초를 몇 개 받아야하나 싶어 "어머님 연세가 몇이야?" 물었더니 케군은 "육십대" 라고 했다. 왜저래... 초 60에서 70개 주세요. 라고 해야 하는거냐고. 

 

어머님 연세대로 초를 꽂기엔 구멍이 너무 많이 생기고 화재 수준이 될 것 같아서 24살 해요 어머님. 이러고 30년을 할인 해 드렸다. 

 

식칼과과일

 쓸쓸히 2층으로 올라가려는 시고양이를 발견했다.

 

아버님이 시고양이를 불렀다. "유스케~ 유스케~ 오이데~" 

 

저렇게 아버님 품에서 애기처럼 귀엽게 안겨서 얌전-히 있는다.뜨아.. 두 얼굴을 가진 고양이.

 

식사를 대충 마칠 때 즈음 시종일관 시무룩하고 무뚝뚝하게 계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잘 들리지 않는 귀 탓에 목청 껏 소리치셨다. "너 며느리! 케이타 어릴쩍 본 적 없지? (누구한테나 나이 어리면 야야 거리셨다. 박력엄청남)  그거 어딨나. 자네! 비디오 그거 가지고 와 바!" 쩌렁 쩌렁. 하시면서 옛날 비디오 가지고 오라고 아버님을 호통치셨다. 그래서 급 온 가족이 창고를 뒤져 이십여년 전 홈 비디오를 찾아냈고 뜻 밖의 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첫 손주가 너무 귀엽고 뭐든지 신기하던 그 때. 비디오 카메라 라는 게 슬슬 보급되던 시절. 아버님과 할머님은 갖은 영상을 찍어 두셨다.
친구가 없는 케군이 혼자 공원에서 노는 걸 몇 시간이고 녹화 되어있다. 한참 보다가 결국 동서랑 나랑 도데체 친구는 언제 사귀냐며 ㅋㅋ 빵터졌다.  거기다가 케군의 저 목소리 어떡할거야. 너무 귀엽다. 째잘거린다. 툭하면 카메라 렌즈에 화면 가득히 얼굴을 들이대고 자기네 유치원 원가를 불러댔다. 가끔 "사이따~ 사이따~ "이러면서 꽃이 피었다는 동요도 불렀다. 
웃기다. 미치겠다. 이 Gap을 주체할 수가 없다. 온 가족 모두 배를 잡고 굴렀다. 

어머님이 동생을 낳으러 병원에 간 사이 집에서 아버지와 케군이 비디오를 찍고 있다. 아버님이 만들어 준 요리를 짭짭 거리며 먹는 케군이 이것 저것 쪼잘대며 궁금한 걸 묻는다. 자상하게 알려주는 아버님 목소리가 깔린다.

 

앗! 그런데 비디오에 나온 다섯살짜리 케군이 입은 스웨터가 그날 케군이 입은 스웨터랑 너무 똑같다! 어머님이랑 내가 탄성을 질렀다. 까악. 비디오에서 기어나온 거 같애! 넌 사다코냐~~~ ㅋㅋㅋ 왠지 옆에 앉은 케군이 갑자기 다섯살로 보여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던 걸 꾹 참았다. 

 

모든 막내에겐 어릴 적 사진이 적다는 슬픔이 있다던데. 동생님의 비디오를 겨우 찾았다. ㅋㅋㅋ 그래서 틀었는데 생후 일주일!

 

신생아실에 포대기?에 싸여 자고 있는 동생을 보고 케군이 死んじゃったのかな~ (죽었나봐~) 하고 그야말로 애기같은 말을 한다. 아하하하하.. 

 

나는 내 남편이 귀여웠겠지만, 말도 못하고 꼬물거리는 서방님을 보는 동서도 눈이 하트가 되어 있었다. ㅎㅎ 나도 나중에 아들낳으면 잘 찍어 놨다가 며느리 보여줘야지. 

집에가는 길. 지금은 이렇게 커 버린 케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