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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살이 나25

2012-12-13 노로바이러스 치라시스시에 오뎅을 차려서 밥 먹은 목요일 밤. 곤히 자고 있다 강렬한 요동이 쳤다. 응? 몽롱하게 눈을 뜨니까 옆에서 내 멱살을 잡고 정신없이 흔들고 있는 케군이 엄청 다급하게 "나...나 토할거 같애.." 이러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난 뭐 해줄게..없어서  괜찮냐고 토닥토닥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이 밝아도 케군이 끙끙 배를 잡고 계속 니글거려했다. 일단 회사를 재끼고 대충 옷을 입혀서 동네 의원에 데려갔다. 설사,구토,발열. 노로바이러스가 의심된다고 하시는 소릴듣고 덜컥 겁이났다. 바이러스래 바이러스. 인류가 결국 저걸로 멸종할 거 라는데. 급히 인터넷을 찾아 보니 "배 감기"라고도 불리고 배 아프고 몸살나는 예전부터 있는 병이었다. 기냥 옛날 옛적부터 있었다니까 갑자기 안심이 돼.. 2024. 11. 18.
2012-12-08 프렌치 라 로쉘 몇 번짼지 기억안나는 가족모임이 있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저번에 먹은 건 둘째 부부의 축하였고.. 집에서 스시파티한 건.. 별개고.. 이건 저래서 그때 그건 그거니까 아무튼 큰 부부 축하파티는 또 해야 한다며 만났다.  형 부부라고 더 비싸고 더 유명한 데에 데려가고 싶으셨던 어머님은 '철인 사카이'쉐프의 프렌치를 예약하셨고 엄마가 자꾸 번거롭게 불러들인다고 투덜댔던 아들들은 스타 쉐프의 이름을 듣고  닥치고 밥 먹으러 나왔다. ( 십년전 쯤 일본열도를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요리대결 방송이라고 함.) 접시부터 조명까지 넘흐 이쁜데 요리가 다 그림같아서, 뭐 어떻게 이 작품을 칼로 째는 기분이 아까웠다. 아버님도 새로 산 카메라에 하늘, 꽃, 유스케(시고양이)만 찍으시다가 물만난 고기처럼 요리마다 셔.. 2024. 11. 18.
2012-12-07 새 신부 이쿠미 새 하얀 드레스는 하얀 정도와 모양이 우주만큼 많았다. 락스에 담근 마냥 순 백색부터 실버에 가까운 창백한 화이트, 아이보리, 따뜻한 베이지 화이트, 내추럴한 매트 화이트.. 대종상 드레스 분위기, 숲 속 요정 스타일, 한 덩어리의 망사같은 드레스. "어머, 친구분이세요? 결혼은.." "아.. 전 지난달에 했어요. ." 틈 나면 나한테 영업하려고 눈을 반짝이고 계셔서 초반에 미리 밝혔다. 두번째는 아직 멀었어요. 파하하하 결혼은 했지만 드레스를 안 입은 나는 각별히 신선하고 설렜다. 하지만 다시 되돌려서 저걸 입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다 좋은데 결혼식 하루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이쿠미는 이 디자이너가 만든 드레스를 골랐다. 팅커벨 숲속 요정 이미지라고나 할까. 헤어 악세서리를 예수님.. 2024. 11. 18.
2012-12-05 선물 뉴욕에 사는 소꿉친구가 봄에 결혼을 한다. 원래 멀리서 축하 메세지 전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데 친구의 친언니가 도쿄에 오셨다. 사실 오랫동안 은근히 낯을 가려서 아직 직접 만날 용기는 없었는데 결혼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용기냈다.포장에 대해 고민하다가 '후로시키' (호로새끼아님) 일본식 보자기로 싸 주기로 했다. 우연히 nugoo라는 유명한 집을 발견해서 이쁘게 싸는 법도 점원언니에게 배웠다.   받을 줄만 알던 나에게 주는 기쁨을 알게 해 준 유미한테 너무 고맙다. 누군가에게 선물 할 때마다 생각한다. 아무날도 아닌데 립글로스를 쓱 내밀면서 "선물~" 우연히 만났는데도 가방안에 부시럭부시럭 크림빵을 꺼내면서 "선물~" 하던 유미가 생각난다.  2024년의 목소리:나는 아직 자연스럽게 베푸는 유미처.. 2024. 11. 18.